허충기 건축사(사진=허충기 건축사)
허충기 건축사(사진=허충기 건축사)

일반인들에게 건축사가 뭐하는 사람인지 물으면 “집을 그리는 사람?”, “집을 설계하는 사람.”, “집을 짓는 사람!” 등 정확하게 건축사의 역할과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건축 시공을 하는 사람, 인테리어 하는 사람과 구분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미디어 속에 비치는 건축사는 그런 사람으로 오해하기 쉽게 묘사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건축물 해체 현장을 지켜보며 ‘우리 건축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라는 물음을 시작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직업인으로서 건축사의 일을 살펴보면 크게 기획에서부터 생성, 유지관리, 멸실의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기획단계에서 우리는 건축물의 부모로서 준비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건축기획 및 사업성 조사, 총괄계획 및 마스터플랜, 프로젝트 관리 등을 한다. 쉽게 말해 현황과 여러 가지 법규 검토, 각종 설비들을 종합해 건축물이 잘 태어날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한다. 

다음으로 생성단계에서는 잘 준비된 계획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한다고 생각한다. 즉, 건축물이 태어나기까지 설계와 인허가 시공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 챙겨가며 준공이라는 생일을 맞이할 수 있도록 부모의 마음으로 노력한다.

이렇게 태어난 건축물이 살아가면서 아픈 곳은 없는지 힘들어하는 것은 없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세심하게 돌봐주는 것이 유지관리 단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멸실 단계에서는 건축물의 부모로서 만감이 교차하는 단계이다. 건축물이 지어져서 사용되고, 이제 소멸되기까지 역할을 다한 후 추억을 남기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숙연해짐과 함께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필자가 생각하는 건축사는 이처럼 부모의 마음으로 탄생에 관여하는 매우 경이로운 직업이며, 한편으로는 소멸하는 과정까지 지켜봐 줘야하는 자식 많은 부모라는 생각이다. 

설계 경기도 어려운 가운데, AI 프로그램인 챗GPT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많은 건축사분들이 사회의 변화에 걱정하기보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해결 방법이 아닐까? 건축물의 부모로서 ‘건축사’라는 이 세 글자에 부끄럽지 않도록 다 함께 열심히 준비해서 훌륭한 부모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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