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근 건축사
김홍근 건축사(사진=김홍근 건축사)

최근 이슈가 되고 또 전문 건축인들 조차 환호하는 건축을 보면, 건축이 우리 삶의 일상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대상이 아니라 아직도 미술적 형태에 집착하는 오브제로서의 한계를 못 벗어난 것으로 보일 때가 많다. 어떻게 보면 이는 건축이 우리 삶의 행태나 일상의 니즈와 별개로 인식되고, 건축사 스스로도 건축 디자인의 프로세스에 자신의 일상조차 얹어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된다. 비전문적인 시각에서의 이상적 공간과는 다르게, 주변 공간에 대해 느끼는 문제의식과 구체적인 니즈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건축사가 어떤 가정과 해법을 제시하느냐는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디자인의 결과를 크게 달라지게 한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인간의 삶(거주)과 사용이 주목적이다. 그러므로 건축물의 존재 이유는 건축의 목적인 인간의 삶과 사용에 최적으로 대응되는데 있다. 건축이 인간의 거주와 사용에 최적화되어야 하기에 인간 삶의 온갖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들과 밀접하게 결부되고, 건축 당시의 모든 기술적, 감성적, 이념적 조건뿐만 아니라 우리 건축의 열악한 상황에도 복합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축 프로세스의 그 과정이 피치 못할 상황에 의해 대립되고 모순된다 해도 통합, 조정되는 그 과정이 이미 건축적인 완성도를 담보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디올이 이화여대 ECC를 배경으로 대규모 패션쇼를 열고, 루이비통이 한강 잠수교 위에서 패션쇼를 했다. 서울이 패션 트랜드와 브랜드들의 가장 까다로운 시장으로 인식되고, 한류와 함께 세계시장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이젠 우리 서울이 이미 매력적인 공간·도시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신제품만 나오면 테스팅 보드로 한국을 제일 먼저 선택한다고 한다.

그러나 드높아진 한국인의 안목과 취향에 비하면 우리 건축과 도시의 현실은 찜찜하기 그지없다. 이미 만들어진 대부분의 현상(現狀)이 그렇고, 우리가 유지하려는 공공의 절차나 전문적인(?) 진행과정이 그렇다.

그래서 좋은 건축을 위해서는 디자인의 과정 속에 ‘왜 짓는가,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건축은 분명 문화현상이고, 그 문화가 정교하게 다듬어진 소통 틀로 걸러지게 될 때 그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다. 이미 세계는 대부분의 물리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또한 가까워졌기에 공유되는 사고의 폭은 훨씬 더 넓어졌다. 그럴수록 우리 지역의 차별화된 특성과 역사적인 고유성은 더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에 기반을 둔 조건과 요구들이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작동될 때 비로소 명품 건축, 명품 도시로 불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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