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다.’ 이 말은 정기용 건축사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저에게는 일종의 가르침과 같은 말인데요. 다시 곱씹을수록 ‘그저 좋다’는 이유로 선택하게 된 건축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말입니다. 삶을 섬세히 조직하는 것을 건축사의 사명이라 마음에 새기며 노력하는 건축사가 되려고 합니다.” 

박선희 건축사(우반종합건축사사무소)는 건축만큼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게 없다고 말한다. 생활과 밀접한 접점을 찾아 사용자의 불편을 더는 것이 건축이고, 건축사의 역할이라 믿으며 나아가는 박선희 건축사. 무엇이 그를 내면이 단단한 건축사로 발돋움하게 했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건축이 무엇인지, 건축사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도면을 그리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라면서 막연히 건축사라는 직업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정작 건축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조금 더 이후입니다. 식품영양학과에서 3년여를 공부한 뒤에 건축공학과로 전과를 선택했거든요. 다소 늦은 졸업, 실무 수련과 건축사자격시험 준비 등의 과정을 거친 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을 때는 뒤늦게 꿈을 되찾아 이룬 기분이었습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또 의무 가입이 올해를 기해 완성되는데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정기용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선생님께서 “건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때 “목욕탕이 필요한 곳에 목욕탕을 지어주는 일”이라고 대답했던 게 생각납니다. 당시에 정기용 선생님의 무주 프로젝트를 탐독하던 중이었거든요. 무주 프로젝트는 전라북도 무주군에 10년간 30여 개의 공공 건축물을 짓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다양한 공공 건축물 중에서 저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목욕탕입니다. 안성면 면사무소 내에 목욕탕을 설계한 이유를 알고 나니 건축과 건축사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죠.

지금도 그때와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생활과 밀접한 접점을 찾아 사용자의 불편을 더는 것이 건축이고, 건축사의 역할이라고요. 건축사로서 만들어 가고 싶은 건축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필요한 공간을 실현해, 사용자의 꿈을 이루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러한 건축사로서의 이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 중 협회에서 추진 중인 건축사 민간대가 기준 규정의 법제화도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울 것만 같던 의무가입을 이뤄낸 것에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앞으로 협회와 건축사들이 제도 개선을 위해 힘을 보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건축물은 다른 생산물보다 공공성이 크고, 한 번 건축하면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더욱이 사람이 상시 사용하고 거주하는 만큼 사전에 점검하고 반영해야 할 것도 많고요. 하지만 현황과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소수의 심의위원의 의견이 건축 계획, 설계, 공사 범위 등 막대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심의가 법의 보완적 역할을 하되, 현황을 충분히 검토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안을 제시했으면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등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사무소 개소 후 학교 시설 설계를 주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학교를 현장 방문해보면 사회 변화에 비해 20~30년 전 모습 그대로여서 괴리감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요. 그런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에 공간혁신, 고교학점제 학교 공간 조성 등을 마친 학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구성된 학교를 사용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공간과 환경이 미치는 기능과 영향을 다시금 생각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건축사가 되려고 합니다. 배웠던 것을 적용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공간 설계에 매진하려 합니다.

또한, 의무가입이 완성되는 만큼 건축사들끼리 소통하고 협회에 참여해 모두의 협회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