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연구소장) 

관리자들이 채용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역량'이다. 서류와 면접, 실기 등 복잡한 채용 전형 과정에서 관리자들은 '후보자가 얼마나 일을 잘 할까?‘를 예측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채용과정에서 일반화된 적성검사도 업무를 얼마나 잘 수행할지를 예측하기 위해 개발한 도구다. 예를 들어 논리적이고 꼼꼼하며 실행력이 강한 성격이라면 업무에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채용 의사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이런 관행도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 같다.
바로 ‘대 퇴사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최근 채용 시장의 주력 부대인 MZ세대는 이전과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미래의 행복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고, 집단의 이익 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한다. 따라서 아무리 역량이 높은 지원자를 채용했다 하더라도 조직의 문화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맞지 않으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난다. ‘갓생’을 추구하는 트렌드 속에서 조직 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 새로운 조직이나 일을 찾아 떠나는 게 일반화하고 있다. 실제 1년 이내 퇴사율이 4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대퇴사의 시대에는 채용 관행이 달라져야 한다. 역량 외에 가치 적합성을 고려하는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량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개인을 고르는 게 훨씬 조직에 이롭다.

역량이 뛰어나지만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지원자와, 역량이 다소 부족하지만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지원자 중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필자는 후자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역량은 변할 수 있지만 가치는 여간해서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조직의 가치와 부합하는 지원자는 오래 조직에 몸담으면서 역량을 끌어올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조직과 개인의 가치 체계 적합성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나의 축은 심리검사다.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적성검사 외에 가치 체계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들이 나날이 발전하며 측정 오차를 줄여가고 있다. 가치 체계의 경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정답을 말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검사의 정확성이 더 높다는 게 심리검사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또 다른 축은 인공지능(AI) 기술이다. 다양한 심리검사와 인공지능을 결합하면 조직 전반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물론이고 개별 부서나 직무에 적합한 가치 체계를 가진 지원자도 쉽게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검사 결과의 활용도가 AI 덕분에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AI기술의 대중화 덕분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지원자를 쉽게 선별할 수 있다. 대퇴사의 시대, 채용 과정에서 역량보다 가치를 더 중시하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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