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tablet

- 자끄 드뉘망

  뿔씨 몰래 먹는다
  혀 끝에 올리면 녹는다
  잠이 안 오면 오게 만들고
  잠이 들면 계속 잠들게 만드는
  한 번이라도 잠이 안 온 적이 있었나
  잠을 미루기 위해 손을 댈 필요가 있었다
  뿔바지를 뒤집자
  C정이 떨어진다
  이것은 시인을 위한 발라드다 몰약이다
  입을 벌린다고
  혀가 나오는 건 아니다
  먹구름이 먹을 밀어내듯
  세상의 모든 氏들이 잠들면
  먹는다
  다 끝난다

 

- 자끄 드뉘망 시집  '뿔바지' 중에서/  올리포프레스/ 2012년

이 시집은 굉장히 기괴한 시집이다. 시인인 자끄 드뉘망이라는 인물도 그렇고, 책 뒤에 있는 대담인 윤느와 바크라는 인물도 누군지 알 수 없고, 바크 요온티에, 이생이라는 인물들도 도무지 누군지 알 수 없을뿐더러, 그들이 실존하는 인물일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서지사항을 보면 좀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옮긴이가 김태용이고, 발행인이 한유주, 교정에 유희경, 편집에 최하연, 표지그림이 박상순, 뒤표지 글을 쓴 사람은 강정이고, 책날개 글은 박정대가 맡았으며 해설은 이준규가 썼다. 이런 일을 벌여 놓고 마주하며 술 한잔했을 그들의 그때가 또 정점의 어느 고비 같기도 하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