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 모양 형상화한 외관 속, 밀림(密林) 재현한 카페
파충류 수집가였던 건축주가 만든 특별한 공간
백진현 건축사 “나무 형상화한 가벽 세워 ‘비밀의 숲’ 키워드 풀어”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스물세 번째 작품은 2022 대구광역시 건축상 주거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카페밀림이다.

2022 대구광역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카페밀림’(설계=백진현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디오, 사진=윤동규)
2022 대구광역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카페밀림’(설계=백진현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디오, 사진=윤동규)

 “1990년대는 카페의 시대였다.” 20여 년 전, 한 계간지에 실린 글의 서두다. 정치·경제·사회, 문화 등 주제별로 1990년대를 돌아보는 글을 연작으로 실었는데, 문화 부문을 회고한 필자는 이렇게 글을 열었다.

그렇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이곳저곳 들어서기 시작한 카페는 도시를 대표하는 공간이었다. 신해철의 재즈카페나 당시 드라마 속에서 연인의 데이트 장소로 자주 등장한 카페 골목은 발전된 대한민국의 상징이었다. 카페는 바쁜 도시 일상 속 잠시간의 휴식처로 기억됐다.

도시의 상징이던 카페는, 2010년대 들어 서서히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차편으로 장시간 이동하는 수고를 감내하면서도 특정 카페를 찾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

2022 대구광역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카페밀림도 이런 카페 중 하나다. ‘카페밀림밀림을 형상화한 파충류를 위한 공간이다. 대구시 신천대로와 앞산순환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공간에 밀림의 모습을 재현한 공간과 함께 파충류 박물관을 만들었다.

건축주 김병호 씨는 오랫동안 애완용 파충류를 오랫동안 길러왔으며, ‘밀림이라는 이름처럼 마치 밀림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카페를 만들고 싶어 짓게 됐다고 전했다.

신비로운 동물과 아름다운 식물이 어우러진 공생의 공간, 비밀의 숲’, CAFE ‘MILLIM’. 설계를 맡은 백진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디오) 앞에 주어진 과제였다.

백 건축사는 이전에 존재한 적 없는 이러한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백 건축사는 숲으로 이뤄진 산의 형상을 주제로, 우뚝 속은 나무를 형상화한 가벽을 세운 뒤, 그 사이에 빛을 스며들게 하는 방법으로 비밀의 숲이라는 키워드를 풀어냈다.

백 건축사는 그러면서 밀림 내부공간은 숲이 은밀하게 숨겨둔 중심부, 그늘이 만들어 준 쾌적함과, 샘과 안개가 만든 신비로움이 공존한다. 외벽 마감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희귀한 동물들을 닮은 질감을 사용했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동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를 이 수직공간에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카페밀림설계자 백진현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백진현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카페밀림’ 설계자 백진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디오), 사진 = 백진현 건축사 제공
‘카페밀림’ 설계자 백진현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디오(사진 = 백진현 건축사)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애완용 파충류를 오랫동안 기르고 수집해 온 건축주가 파충류를 위한 공간 만들기를 결정하고 브랜딩, 인테리어팀을 찾았고, ‘카페더편으로 함께 작업을 했던 팀의 소개로 설계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대지 선정에서부터 기획, 브랜딩, 설계, 공사, 감리, 준공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비로운 동물과 아름다운 식물이 어우러진 공생의 공간, 비밀의 숲’, CAFE ‘MILLIM’이라는 키워드로 선정된 브랜드 ‘MILLIM’을 어떻게 건축적으로 풀어 낼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Q. (앞 질문에서의)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먼저, 대지는 신천대로와 앞산순환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해 도시와 물리적으로 경계 지어져 접근성에 취약한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는 반대로 앞산 자락 고산골의 넉넉한 자연을 적극적으로 마주하여 사람과 자연, 그리고 동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2개 층의 카페와 1개 층의 파충류갤러리를 수직공간에 재현하는데 보탬이 되었습니다.

숲으로 이루어진 산의 형상을 주제로, 우뚝 솟은 나무를 형상화한 가벽이 건축물의 외관에 병렬해 숲을 이루고 그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와 다양하고 풍부한 내부 공간이 되도록 했습니다.

나무가 무성하면 그늘이 깊어지듯이 밀림의 그 내부 공간은 숲이 은밀하게 숨겨둔 중심부, 그늘이 만들어준 쾌적함과 샘과 안개가 만든 신비로움이 공존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외벽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희귀한 동물들을 닮은 질감을 표현하고자 천연물성을 가진 코르크월스프레이로 마감했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건축 규모에 비해 크지 않은 대지면적으로 넉넉한 주차대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지의 3m 고저차를 이용, 두 개의 층으로 주차장과 진입로를 계획해 다소간 여유가 있는 주차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대지는 1종주거지역 내로 정북방향 일조사선제한 적용을 받아야 해서 부득이 건물의 북측 외부 형태가 사선의 매스를 갖게 됐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건축사사무소 디오의 ‘do'하다. 행하다의 의미에 더해 모든 일을 끝까지 해내자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24년 전 디오건축을 개소한 이후 건축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상상,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행복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변하지 않는 건축의 가치를 지탱해 주며, 오늘 우리의 건축이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건축을 해오고 있습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누군가는 밀림을 보고 마징가 제트같다'라는 이야기도 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관심의 표현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실험과 연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독립된 캔틸레버형 가벽을 통해 카페 ‘MILLIM'의 로고처럼 나무가 서있는 형상을 가진 파사드를 만들고 층마다 각도가 다른 그 가벽들을 통해 들어오는 빛에 따라 내부 공간이 다양하게 읽혀지는 공간이 되게 했습니다. 둘째는 설계단계부터 구조와 시공 전문가들과 V.E를 통한 설계변경을 적극 검토했습니다. 그 예로 일반적으로 늘 쓰던 콘크리트라멘조의 2WAY 슬라브를 1WAY 슬라브구조로 해석 변경해, 높고 개방적인 내부공간을 만듦과 동시에 노출된 슬라브는 그대로 인테리어적 요소로 쓰이도록 해 공사비를 절감했습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요즘 '카페텍쳐'로 불리며 하나의 장르처럼 되고 있는 상업건축으로서의 카페건축이 건축상을 받아서 나름 의미가 있지만, 제 스스로 부족함을 알기에 더욱 정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PET 인구 1500만 시대'를 맞이하며 동물과 함께하는 다양한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이런 이유로 프리패브, 목조, 친환경건축에 대해 지속 고민,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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