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자원을 위한 디자인 Design for Resources

내구성 있고 안전한 프로젝트를 위해 건축사는 어떤 건축 자재를 사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적합한 자재를 고르면서도 탄소 배출량과 건축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지, 동시에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 AIA가 환경과 생태계를 위한 설계에 앞서 고민해야 할 요소로 자재 선정의 중요성을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건축 자재는 심미성, 내구성, 가용성, 비용 등을 고려해 건축사에 의해 선택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자재 선택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폐기물을 줄이고 로컬 자재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자재에 내재된 탄소량을 줄이고 자재의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건축사는 단순히 건축 자재의 선택을 넘어 사용자의 건강, 기후 위기, 생태계 보존, 사회적 형평성 등 거시적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 

AIA는 자재 선택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방안을 공유하고 있다. 우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건축물의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서는 건물 재사용, 공간 효율성 높이기, 건물 수명 늘리기, 구조에 최적화된 자재 선택 등의 방법이 있다. 이와 더불어 건축사는 콘크리트, 강철, 단열재 등 고충격 재료의 탄소 발생 목표 수치를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AIA는 탄소 제로를 위한 리소스인 Carbon smart materials palette에서 대체 가능한 자재를 찾아보고, FSC 인증을 받은 목재의 사용을 권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건축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다. 건축사는 시공 중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폐기물 양을 미리 살펴야 한다. 그리고 잉여 자재 회수, 자재 적시 주문, 포장 줄이기, 자투리 자재 재사용 등 폐기물 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해체 현장에서 발견한 자재를 다른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또한 실제로 건물을 사용하며 발생하는 생활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세척기 등의 보관 공간을 확보하고, 모든 폐기물을 쉽게 분리해 이동·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폐기물 감소를 장려하기 위해 공유 폐기물 보관실을 설계하거나 음식물 쓰레기 배출 공간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AIA는 Zero Waste Design Guidelines을 공유하며 종합적인 설계 전략 리소스를 공유하고 있다.  

Etsy 본사 건물은 뉴욕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Living Building Challenge(LBC) Petal 인증 건물이다. LBC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가장 진보된 척도를 정의하는 인증 프로그램으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준공 후 12개월 동안 연속적으로 에너지 사용량 등을 측정받아야 한다. Etsy 건물은 모든 설계 디자인이 회사, 직원, 커뮤니티,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AIA도 이러한 점에서 이 건축물을 ‘자원을 위한 디자인’에 적합한 사례로 선정했다. 

Etsy 측은 기존 건물을 부수고 신축하는 대신 브루클린 덤보에 있는 20세기에 지어진 인쇄소 건물을 개조하기로 결정했다. 건물의 높은 천장을 살려 채광량을 높였고 구조적 하중을 버틸 수 있도록 구조계획을 했다. 

더불어 새로운 마감재를 줄이고 기존 건물을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해 총 건설비용을 시가보다 58%가량 줄였다. 건물 곳곳에는 20세기 산업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재료가 쓰였다. 인쇄기 바닥의 표시, 산업용 미닫이 금속 문, 바닥에 남은 최초의 건물 설립 날짜, 급수탑에서 가져온 목재 등이 계단의 디딤판으로 사용됐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지 제조업체를 참여시켜 가구를 선택,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건축을 통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AIA가 제안하는 열 가지 프레임은 큰 틀에서 사람을 위한 디자인, 자연 환경 변화에 따른 디자인, 그리고 기후 위기 시대의 디자인을 아우르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변화를 위한 디자인’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