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건축사(사진=장우진 건축사)
장우진 건축사(사진=장우진 건축사)

수많은 나라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부정부패가 판치는 세상은 망국의 길이었다. 이권과 반칙, 불공정한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전히 세상은 불공정하며 공정을 위해 여러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곳에서 지연과 학연, 로비에 의해 작품이 결정된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부끄러운 건축 현실이다. 이러한 행위가 과연 개선될까? 힘들 테지만 지속성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로비는 알게 모르게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관행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설계비가 걸린 설계공모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그렇다고 작은 공모도 예외는 아니다. 로비할 여력이 없는 사무실은 할 수가 없다. 돈이 돈을 낳기 때문에 자본주의 현실에서 로비는 홍보라는 그럴듯한 명칭으로 포장되어 회사 조직 내에서 홍보부서가 존재한다. 홍보는 부서 중 가장 힘을 가진 가가 된다. 당선되기 위해서는 3박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로비와 작품, 그리고 운이 좋아야 당선이 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온다. 큰 판이 깔리면 수많은 네트워크로 인맥이 총동원된다. 어떻게든 찾아내고 찾아간다. 그것이 회사의 실력이고 능력이다.

대학 입학 수능 출제위원은 합숙하며 세상과 단절되지만, 설계공모 심사위원은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 참여업체의 사전접촉금지서약서 작성과 별도로 여력이 되면 찾아가 청탁을 부탁한다. 공공건축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공평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과 여력이 있는 좋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당선되는 것은 마땅하다. 그 출발선이 편파적으로 작용하지 않게 공정하게 판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공정을 최소화해야 한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와 법은 없다. 아무리 제도를 만들고 고쳐도 부패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 것인가? 남의 일처럼 뒷짐지며 물러설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건축사의 본문을 지키고자 할 때 조금씩 개선되어 건축의 역사는 진보될 것이다.

제도와 의식 수준을 교육하고 개선하기 위해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연구 개발해야 한다. 창의적인 건축사들의 공정한 경연장이 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건축이 튼실해지고 세계 속에서 그 위상을 발휘하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 및 참여업체의 통화내역과 통장내역을 조사한다고 한들 청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신고보상금을 많이 준다 한들 비리를 캐는 전문가, 누군가의 돈벌이로 전락할 것이다. 법과 제도가 강화되면 피할 길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또 현실이다. 참으로 어렵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사전접촉금지서약서의 실효성이 있는지 자문해 본다. 이러한 제도가 실질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형식적인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심사위원장 선출도 심사권이 없는 전문 건축사 사회자가 주관하는 것은 어떨까? 현재 심사는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위원장을 맡아 심사를 주관한다. 공정한 토론의 장으로 심사를 이끌 수 있는 심사진행 사회자가 객관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돼야 한다.

본심사 시 질의 없이 사전질의로 대체가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질의 시간도 참여업체마다 다르다. 업체마다 주어진 시간은 같지만, 활용 시간이 다르다. 주어진 시간을 다 쓰는 업체가 있고 질문이 없는 업체도 있다. 사전질의를 통해 문서로 주고받는 방법이 나을 것이다. 건축설계공모에 공정한 심사가 자리를 잡아 대한민국 설계 공모의 혁신으로 나아가 이 땅 위에 건축사의 창의성과 노력이 빛나는 건축물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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