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이하석
부도라는 이름의 섬이 있으리.
바람이 띄운, 바람이 피운, 바람피우는, 섬.
늘 설레어서 갯완두꽃 속 열어놓는.
늘 제 생을 흔들어대는 산부추 같은 이가
제 가장 높은 곳에 띄운 꽃 때문에
매운 멀미를 하는 섬.
파도 위에 낳아놓은 새의 알처럼.
그런 섬이 늘 멀리서 뒤척이며 부른다.
버스도 지하철도 떼어놓고
출렁대는 배를 타고 가서 맞는,
지하철 옆 카페에만 줄창 앉아 있는 당신처럼
사흘 벼려 겨우 마음 내어 닿는 섬.
내 안팎 휘몰아치는 당신의 소문이 뛰운 섬,
사방 흰 파도들이 만나 으르렁대며
떠들어 올리는,
바람이 피워서 갯완두도 속이 열리는.
- 이하석 시집 ‘연애 間’/ 문학과지성사/ 2015년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하다. 일부러 그런 길을 가고 있는 한 사람처럼, 이 시에서는 모든 게 위태롭다. 설레임은 본래 위태로운 것이고, 산부추도 가장 높은 곳에 있기에 그 꽃은 아름답기 전에 이미 그렇고, 새의 알도, 벼르고 벼르는 당신의 마음도, 소문이 띄웠다는 섬도, 출렁대는 배도, 갯완두도, 그저 위태롭기만 한 정경들이 어떻게, 이렇게 정다운지도, 그것도 위태롭다. 갯완두의 속명은 ‘Lathyrus’다. 매우(la)-열정적인(thuros)이라는 뜻이다.
함성호 시인
haamx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