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축 NOW - Framework for Design Excellence

건축사는 기후 위기, 사회적 불평등 등 복합적인 대외적 상황 속에서 공공의 건강과 안전,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 시대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거시적인 안목이 건축사에게 요구되고 있다.

달라진 환경 변화에 미국건축사협회(AIA)탁월한 설계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통해 건축사들과 탐색적인 질문을 공유하고 있다. 건축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회와 공동체 구성원의 건강한 건축 환경 조성을 위해 대한건축사신문도 탐색적인 질문을 공유하며 확장된 시각을 나눠보려 한다.

일곱 번째로 웰빙을 위한 디자인을 다룬다. 공간에서 추구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조화를 위한 설계 디자인적 고민을 담았다.

설계 디자인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장려할 수 있는지

사용자에게 더 큰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는지

사용자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지

사람과 자연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웰빙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Well-being)

웰빙(well-being)은 개인 삶의 질과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이 균형은 단순히 질병이나 신체적 건강 상태를 넘어 개인 삶의 여러 영역을 포괄하고, 동시에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공간이 주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좋은 설계 디자인은 공간 내에서 삶의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AIA는 조명, 기온, 공기 질, 정신적 사회적 요소, 음향, 움직임 등 다채로운 요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먼저 조명이다. 자연광 부족은 신체와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풍부한 채광 확보를 위해 상면과 측면 등에 일광을 확보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건물 구성을 동서향으로 할 경우 눈부심은 줄이는 대신 태양열은 획득할 수 있다. 눈부심과 일광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눈부심은 과다한 빛이 문제가 아니라 밝고 어두운 면 사이의 광택 혹은 반사의 문제인 만큼 차광 장치를 더한다면 적절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신체에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적정 실내 온도는 공간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해 태양열 획득과 제어, 단열재 최적화, 창과 팬의 균등한 간격 유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진=AIA)
(사진=AIA)

실내 공기질 유지를 위해서는 다각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우선 실내외를 금연으로 지정하고, 창문과 같은 환기시설을 설계해야 한다. 난연재, 포름알데히드 등 가스를 배출하는 화학 물질의 사용도 지양하는 편이 좋다. 무엇보다 환기 시스템과 창문, 문 근처를 유휴 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음을 통제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소음은 건축 환경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불만사항 중 하나다. 소음이 클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며 신체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설계에 앞서 시끄러움, 조용함, 혼합 등을 색상 코드화로 사운드 맵을 만들고, 과다한 소음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소음은 흡음재 사용 여부에 따라 감소될 수 있는 만큼, 국가 설계 지침과 비교해 공간에 맞는 최적의 요소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공간이라도 사용자가 움직임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공간의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용자 누구나 건물 내부로의 접근과 이동이 용이해야 하며, 공간 내에서도 가구와 좌석을 배치하는 유연함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정신적이고 사회적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해야 하며, 사용자 개개인이 성별, 나이, 건강상태, 경제력, 종교 등을 떠나 존중받을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을 지향해야 한다.

AIA는 조지아 공과대학의 Keneda가 위와 같은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 꼽았다. Keneda는 미국 남부의 디자인 요소인 베란다를 살려 건물 냉방 부하를 줄이고 행사를 위한 야외 그늘 공간을 만들었다. 건물 중앙 아트리움은 이 건물의 핵심적인 공간으로, 공간 전체에 채광이 들도록 설계됐다. 그러면서 눈부심을 줄이고 실내온도 유지를 위한 요소를 곳곳에 설치했다. 남쪽 입면에는 수평으로 음영을 맞췄고, 동쪽 파사드에는 자동 외부 블라인드로 채광을 조절한다

탄소 감축을 위해 건물의 기본 구조로 목재를 선택한 것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목재는 인근 건물의 인양 목재에서 용도를 변경했다. 벽돌도 100% 재활용했다. 그 외에도 폭풍에 쓰러진 나무를 재료로 활용했다. 목재와 같은 자연친화적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건물이 다목적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더불어 방향 하중을 견디기 위해 목재와 강철을 적절하게 섞어 강도를 강화했다. 반면 콘크리트 사용은 최소화했다. 내후성(耐朽性)이 중요한 외장재의 경우 강한 재료에 고성능 코팅을 적용했다.  

(사진=AIA)
(사진=AIA)

AIAKeneda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이오필릭스 디자인(Biophilic design)을 적용한 점도 있다. 바이오필릭스 디자인은 자연 생물학적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접근법으로, 생명체가 가진 기능과 구조를 모방해 공간을 디자인했다. 쓰러진 나무에서 건져낸 라이브 에지 목재 가구, 노출된 목재는 건물 전체의 구조, 천장, 바닥에서 볼 수 있다. 또한, 후추나무의 결을 살린 아트리움은 실내에 옥외 광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바닥부터 천장까지 두 개 층에 걸친 벽화로 멋스러움을 살렸다.

Keneda의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인 태양광 캐노피는 건물의 연간 에너지 수요의 100% 이상의 재생 에너지를 생산한다. 초과 생산된 분은 다른 캠퍼스의 건물로 보내 에너지 부족분을 보충한다. 태양광 캐노피는 태양 에너지와 빗물을 모으는 동시에 남부 애틀랜타의 여름 더위를 식히는 기능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늘이 외부 전동식 블라인드와 함께 일광을 세심하게 제어해 실내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한다. 또한 건물 내부에 실외공기전용시스템(DOAS)과 계폐 가능한 창을 통해 실내 공기질을 유지하게 했다.

건축을 통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AIA가 제안하는 열 가지 프레임은 큰 틀에서 사람을 위한 디자인, 자연 환경 변화에 따른 디자인, 그리고 기후 위기 시대의 디자인을 아우르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자원을 위한 디자인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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