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이라면, 지휘자 역할은 건축사가 담당한다. 실제로 그 말처럼 건축사는 다양한 전문분야의 협력업체들과 협의하고 각 분야별 도면에 대한 이해와 해석하는 방법을 배운다. 협력업체의 도면들 사이에 상충되는 점이 있을 경우는 건축사가 이를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천장 속에서 구조체와 다양한 설비들과 마감재가 입체적으로 배치되는 것에 대한 계획 말이다.

언젠가부터 일부 공공 발주용역에서 전기·통신·소방 분야가 분리 발주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해당 분야에 이전보다 나은 대가 요율을 확정하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건축사가 의도한 조명의 종류와 배치 등을 도면에 반영하려면 이전보다 한 단계를 더 거쳐서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장점도 가져오는 동시에 일부 단점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화는 구조분야도 나타났다. 국내에서 지진발생이슈 이후로 3층 이상 필로티구조, 다중·준다중이용 건축물 등의 설계단계에서 건축구조기술사가 관계전문기술자로 서명날인하고 감리단계에 참여하도록 되었다. 건축주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한 업무이지만, 그 이전에 건축사가 구조부분에 대한 감리를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때문에 건축주 입장에서는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를 가중시키는 것은 건축구조기술사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전국에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는 약 700개, 건축사사무소는 약 1만5000개이며 해마다 배출되는 인원도 20배 정도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면 더욱 많이 배출되어야 하지 않을까. 건축사들에게 ‘협력업체’라는 용어가 정착되고 그렇게 인식한지 오래되었으나, 건축의 ‘하청업체’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의지 때문에 구조분야를 분리시키려는 노력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건축의 3요소 중 첫 번째가 ‘구조’이며 물리적으로도 구조를 뺀 건축이 성립될 수 없는데 말이다.

또한 구조부분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문제다. 최근 발생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의 경우 구조계획의 문제인지 감리자인 건축사의 문제인지를 따지고 있다고 한다. 이전보다 관계전문기술자가 추가된 것은 그만큼 안전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정작 문제가 생기면 매번 가장 큰 책임은 건축사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건설사에서 설계업무를 할 수 있게 하겠다거나, 해체감리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까지 지속적으로 들려서 우리의 업무는 꾸준히 빼앗길 위기 우려를 가진다.

업무는 자꾸 나뉘고 줄어드는데, 책임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커지는 것으로 느껴지기에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들이 밥그릇 챙기기로 보여지지 않기를 원한다. 전문가로서 전체를 관장하고 책임지겠다는 의지이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은 윗사람, 아랫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중요한 연주자이다.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협력해야 좋은 연주가, 좋은 건축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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