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청탁금지법’에 따른 ‘공무수행사인’에 해당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과태료 처벌'
(가칭) ‘공정한 설계공모 위원회’ 통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설계공모제 방안 마련해야
입상하지 못했어도 아카이빙 되어, 의미 있는 데이터로 남겨지길
현장답사 강화하고, ‘심사위원 수당 및 여비’ 책임 비례 조정해야

대한건축사협회 편집위원회 주최로 '보다 나은 설계공모를 위한 좌담회'가 개최됐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대한건축사협회 편집위원회 주최로 '보다 나은 설계공모를 위한 좌담회'가 개최됐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설계공모 제도 개선을 위해 심사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로비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고, 그 수단으로 ‘공정한 설계공모를 위한 위원회(위원회)’의 출범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원회는 설계공모 심사위원풀을 구성하고, 구성된 심사위원 풀에서 설계공모 심사를 맡게 되는 형식이다. 전문성과 윤리적인 부분까지 개선된 설계공모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한건축사협회 편집위원회는 4월 28일 건축사회관 3층 국제회의실에서 ‘보다 나은 설계공모를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박정연 대한건축사협회 편집위원장(본지 편집국장, 그리드에이 건축사사무소)과 이성관(주. 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박원근(주. 인터씨티 건축사사무소)·박현진(주. 온디자인 건축사사무소)·이승환(주.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양재석(림 건축사사무소. 주) 건축사가 참여했다.

좌담회는 설계공모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과 대안 마련을 목표로 계획됐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심사과정에서 로비가 이뤄지는 원인 ▲로비 근절 대책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한 개선 방향 등 설계공모 전반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우선 가칭 ‘공정한 설계공모를 위한 위원회’를 발족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건축사협회가 설계공모과정에서 불거지는 의혹과 부조리를 일소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건축사와 관계자들이 함께 설계공모 제도를 지속 고민하고, 점검하자는 취지다.
 

박현진 건축사(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박현진 건축사(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박현진 건축사는 “전 회원의 참여를 담보로 공정한 설계공모를 위한 위원회를 발족시켜 건축사협회가 인정한 심사위원 풀을 구성하고, 건축사들 스스로 공정 설계공모를 위한 윤리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의무가입을 이룬 협회인 만큼 대외적으로 우리가 먼저 앞장선다면 당장은 효과가 작을지라도 명분과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사위원 수당 및 여비 역시 현장답사를 강화하고, 책임에 비례하는 수준으로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환 건축사(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이승환 건축사(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이승환 건축사는 “로비나 사전접촉이 영업의 한 방법이라고 미화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되며, 제도적으로도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에 따라 심사행위는 공무수행사인으로 규정돼 위반 시 처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비심리가 위축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협회에서는 건축부조리신고센터를 정황 증거가 있으면 익명제보도 가능하도록 하고, 모니터링 제도도 신설해 심사위원의 자질을 검증, 이런 토대 위에서 심사위원 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재석 건축사(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양재석 건축사(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설계공모 심사위원 제척시스템 도입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양재석 건축사는 “일선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설계공모 참여를 위해 상당한 수준의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지만, 정작 심사는 짧은 시간에 그치고, 입상에 들지 못할 경우 출품작에 대한 피드백도 없어 아쉬운 대목”이라며 “특히 심사위원 개인의 도덕성에 기댈게 아니라 제척시스템 도입 등 제도 전반을 시스템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성관 건축사(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이성관 건축사(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이성관 건축사는 최근 심사위원장을 맡으며 느꼈던 소회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심사위원장을 맡게 되면 심사위원 각자가 심사평을 밝히게 한다”며 “그런 과정에서 서로가 발견하지 못했던 설계자의 의도를 찾을 수 있고, 설계공모 목적에 부합하는 최적의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제도 개선을 위해 심사위원 집단의 문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덧붙여 “각종 로비로 설계공모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면 어쩌면 개인의 일벌백계를 통해 로비를 위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근 건축사(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박원근 건축사(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박원근 건축사는 심사위원의 자질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대부분의 설계공모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푸념을 듣게 된다”며 “특별히 심사에 나서는 이들의 통화기록과 계좌거래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다는 동의를 받는다면 문제를 원천봉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정연 본지 편집국장(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박정연 본지 편집국장(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박정연 편집위원장은 “젊은 건축사들 사이에서는 설계공모를 위해 노력과 정성을 기울인 작품이 아카이빙 되어 의미 있는 데이터로 남길 희망하고 있고, 이것이 보상비 지급보다 더욱 값진 성과라 말한다”고 소개하며, 참여작품과 심사평의 투명한 공개가 공정한 설계공모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다 나은 설계공모를 위한 좌담회가 설계공모 과정에서 변화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1차 좌담회를 마친 토론자들은 이번 좌담회가 일회성에 끝나지 않고, 보다 발전된 담론을 펼쳐내길 바라는 차원에서 5월 25일 제2차 좌담회를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보다 자세한 좌담회 내용은 월간 건축사 5월 호에 게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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