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축 NOW - Framework for Design Excellence

건축사는 기후 위기, 사회적 불평등 등 복합적인 대외적 상황 속에서 공공의 건강과 안전,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 시대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거시적인 안목이 건축사에게 요구되고 있다.

달라진 환경 변화에 미국건축사협회(AIA)탁월한 설계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통해 건축사들과 탐색적인 질문을 공유하고 있다. 건축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회와 공동체 구성원의 건강한 건축 환경 조성을 위해 대한건축사신문도 탐색적인 질문을 공유하며 확장된 시각을 나눠보려 한다.

여섯 번째로 에너지를 위한 디자인을 다룬다.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건축에 대한 고민과 해결 방안을 공유한다.

제로 에너지 달성과 탄소제로를 실현할 방안은 무엇인지

재생 에너지를 건축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방법은 무엇인지

 에너지를 위한 디자인 (Design for Energy)

기후 위기 시대의 건축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건물의 기능, 성능, 편안함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AIA는 미래 지향적인 건축 발전을 위해 제로에너지 달성을 위한 설계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 기후와 자연 환경을 활용해야 한다. 건축 부지에서 태양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어 건물의 가장 긴 파사드는 남북으로 노출하고, 가장 짧은 파사드는 동서 방향으로 노출하는 방식 등이다.

(사진=AIA)
(사진=AIA)

태양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데 창문이 중요하다. 그래서 창문은 건물 전체 에너지 사용의 주요 지표다. 창문을 설계할 때는 창과 벽의 비율(WWR, window-to-wall ratio)도 고려해야 한다. 40% 이상의 WWR은 채광에 추가적인 이점보다 공조 부하를 유발하는 만큼 WWR30~40%대를 유지하는 게 일광과 에너지 효율에 좋다. WWR은 모든 기후에서 제한돼야 하지만 위도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북반구의 추운 기후에서는 태양 복사열을 모으기 위해 남쪽에 창을 두는 것이 유리하다. 따뜻한 기후의 북반구라면 태양의 강한 빛을 피하기 위해 창을 북쪽에 둔다. 남반구의 경우 북반구와 반대로 작업하면 된다. 개폐 가능한 창문을 설치하는 것도 공기질 유지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조명 출력 밀도(LPD, Lighting power density)도 에너지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다. 보통 25~50% 사이의 LPD 유지를 목표로 하는 게 좋다. 또한, 일광과 조명 등의 균형을 고려해, 기본 조명 부하를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건축 디자인도 에너지 소비와 연관이 있다. 중소규모의 건축물은 확장된 형태보다 에너지 사용에 있어 효율적이다. 외부 표면이 많다는 것은 추운 기후에서 열을 잃기 쉽고 따뜻한 기후에서는 열을 얻기 쉽다.

궁극적으로 건축물의 제로 에너지 구현을 위해서는 태양광과 풍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건축사는 이를 고려해 건물마다 태양광 PV 설치할 수 있도록 지붕 하중 용량 증가, 장애물 없이 패널을 장착할 수 있는 지붕, 넓은 빈 공간 유지, 계량기 선택, 전기 패널 추가 용량 등을 초기 설계부터 고려해야 한다.

(사진=AIA)
(사진=AIA)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테하차피 산맥에 위치한 Sawmill은 새로운 형태의 단독 주택이다. 화재 발생률이 높고 혹독한 기후의 지역으로, 클라이언트는 건축과 자연, 가족 구성원의 연결을 극대화하는 자급자족형 주택을 원했다.

AIASawmill을 새로운 형태의 단독 주택이라 평가한 것은 에너지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한해 건축된 단독 주택은 75만 채로, 다세대 주택보다 2배나 많다. 단독 주택은 미국인의 보편적인 주거형태지만,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좋지 못하다.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는 2000년부터 모든 신축 주택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AIA는 제로 에너지 단독 주택인 Sawmill의 설계 디자인이 미국의 에너지 환경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봤다.

Sawmill은 벽난로 주위에 텐트를 치는 전통에서 착안해 거실 중앙 벽난로를 중심으로 날개 형태의 세 공간이 연결된다. 벽난로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더운 공기를 지하실로 보낸 후 굴뚝으로 올려 보낸다. 이 과정에서 콘크리트가 열 교환을 높여 거실 전체에 열기를 전달한다. 개폐식 창 벽을 설치해 야외 파티오로 확장하게 했다.

일교차가 큰 지역인 만큼 건축사는 계절적 특성을 설계에 반영했다. 여름에는 협곡의 바람을 집으로 보내고, 겨울에는 극도로 추운 기온에 대비해 태양열을 흡수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다. 이는 에너지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자연 발생적인 산불을 예방한다.

급수 시스템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인근 우물에서 식수를 공급받는 형태로 도시 수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태양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물을 끌어올리면 이것이 저장 탱크로 가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주기적으로 가뭄이 발생하는 반 건조 기후인 만큼 지역적 특색을 감안해 비가 내릴 경우 저수조에 저장하지 않고 땅으로 되돌려 보낸다. 반면 가정에서 사용한 폐수를 정화조에서 여과해 화장실 등에 재사용한다.

일광태양열 에너지, 바람 등을 최대한 활용한 설계 디자인으로 Sawmill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일반 단독주택과 비교해 96% 줄였다. 겨울철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물 외피를 두껍게 적용시켜 단열 기능을 높였다. 지열을 활용해 물 공급에 필요한 열 부하도 줄였다. 지진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설계를 적용했으며 사막 기후를 견디고 유지 관리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내구성 있는 재료를 사용했다.

Sawmill을 두고 AIA우아하고 직설적인 콘셉트의 집은 단순하지만 심오하고, 적대적인 장소와 고요를 영리하게 연결했다빗물을 모으지 않고 지하수를 재충전하는 방식은 앞으로 사막 기후에 단독 주택을 지을 경우 적용하기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건축을 통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AIA가 제안하는 열 가지 프레임은 큰 틀에서 사람을 위한 디자인, 자연 환경 변화에 따른 디자인, 그리고 기후 위기 시대의 디자인을 아우르고 있다. 생태계를 위한 디자인을 다룬 만큼 다음 편에서는 웰빙을 위한 디자인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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