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 건축사
조성준 건축사(사진=조성준 건축사)

대한민국에 1인 건축사사무소는 ’23년 2월 기준 9,366개소(대한건축사협회 정회원 통계현황 참조)라고 한다. 나도 그중에 하나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1인 건축사사무소의 건축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무실을 꾸려나가고 있을까.
대학 졸업 후 7∼8년의 실무를 경험한 후 이천이라는 경기도의 한 소도시에 와서 사무소를 개업한 후 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단독주택과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들을 위주로 업무를 진행해왔다.

다양한 건축주들과 협력업체들을 만났고 그분들과 많은 대화의 시간을 거치며 소중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1인 사무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느끼는 한계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계획 단계에서는 다양한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다. 어느 순간 업무에 시달려 기존에 했던 디자인을 답습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땐 두렵기까지 하다. 건축은 협업을 할 때 더 좋은 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의견과 생각들이 모여 더 좋은 계획을 만들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관 협의, 감리, 업무대행, 계획, 중간, 실시설계까지 건축의 모든 과정을 나 홀로 하게 되니 그 과정에서 실수가 많아진다. 크로스체크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참사다.
 

고단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항상 대학과 실무에서 배웠던 다양한 용도와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건축사사무소 경쟁력을 강화하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는 사무소의 규모가 지금보다는 더 커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지금의 나는 항상 시간에 쫓겨 좀 더 나은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나는 불확실성에 맞서 사무소를 더 키울 수 있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1인 사무소를 고집하고 싶다. 1인 사무소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의 절감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수입의 불규칙함에 대한 큰 부담이 없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사무소의 대표로서 무게감에서 조금은 벗어나 일에만 전념할 수 있다. 그동안 사무소를 운영해 보니 살아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돈’이란 그 중압감의 무서움을 알았다. 가장 좋은 것은 이로부터의 해방이다.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분야 업체들과의 협업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다른 건축사사무소, 인테리어 업체, 디자인 업체 등과 나의 결정에 의해 손쉽게 같이 일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다 보면 나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느낄 때가 왕왕 있다. 건축 업무에만 시달리다 보면 이런 자기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면 기분이 좋다.

이제 마흔 살에 접어든 아직은 젊은 건축사이다. 앞으로도 30년 이상 더 사무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여러 걱정에 나 홀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정신없이 살아오고 있지만 앞으로 60, 70대의 나도 이와 같은 모습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젊기에 혼자서 모든 업무를 감당할 수 있지만 미래에도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업무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사무실 운영이 보다 수월해지고,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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