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선 건축사(사진=배미선 건축사)
배미선 건축사(사진=배미선 건축사)

한때는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만지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나름 얼리 어댑터로 살았었다. 하지만 새로이 나오는 기술과 제품출시 속도가 빨라지면서 따라가기도 힘들어지고, 익숙한 것이 편해서 어느 정도 불편한 것을 감수하며 지금의 나에 머물러 있었다.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들 역시 다르지 않다. 그래픽 관련 프로그램들이 나왔을 때 열심히 배웠지만 이젠 하고자 하는 의지조차 사라졌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핸드폰 하나만 들고 나서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결제까지 가능해 손이 가벼운 세상에 늦게나마 합류하며 살고 있다. 식당에 가도 주문을 테이블오더로 하고 결제까지 하니 식사 후 “잘 먹었습니다”란 인사말 없이 조용히 문을 나서는 것도 익숙해지고 있다. 나의 생활도 변화되는 세상으로 인해 예전의 익숙함에 조금씩 틈이 생기고 있다. 

최근 주위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하나의 정보를 찾기 위해 많은 검색을 하고, 그중 사실 아닌 것이나 과장을 걸러내어 객관적인 정보로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질문만 하면 몇 초 만에 정리해 준다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작년부터 동료 건축사가 인공지능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저런 세상이 일상화되려면 살아생전에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이젠 매스컴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이슈 중의 하나가 되었다.

드디어 나도 신세계를 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 앱에 접속했을 때 내가 로봇이 아닌 것을 확인하라는 문구부터가 당황스럽게 만든다. 제대로 접속한 것은 맞기는 한 건가?

첫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엉뚱해서 뭐가 문제인지 주변에 사용법을 물어가며 질문의 수준과 상위질문까지 계획을 세워본다. 쉬운 것부터 가자.

미래에 건축사는 없어지는 직업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본다. 아니란다. 다음으로 미래 건축물의 특징은 무엇인가 물어본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에너지 효율적, 친환경적 에너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유기적 공간 등등을 이야기한다. 30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에.

미래 건축물의 재료에 관해 물어본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환경친화적이며 안정성, 내구성 등이 고려된 재료지만 기본은 철과 콘크리트, 유리라고 답변한다. 
뻔한 답일지도 모르겠다. 2021년까지의 정보를 기반으로 제공하니 최근의 내용은 반영되지도 않았다. 때로는 ‘~카더라’ 수준도 되지 않는 답변을 할 때도 있다. 제대로 된 고급 답변을 듣기 위해서는 의외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새로운 자료를 알려줘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제 밤 잠들기 전 ‘인공지능을 이용한 업무 활용’을 보면 구글링을 대신한 검색뿐 아니라 나의 업무와 생활 전반을 바꿔줄 수 있는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많은 정보와 자료들을 점점 놓아버리고 있는 나에게 ‘너가 변화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면 내가 도와줄게’ 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신세계로 조심스레 한 발짝 내디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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