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KIRA 신입 회원에게 듣는다 - 정은주 건축사(부산광역시건축사회)
“사회와 도시에 영향력 가진 건축 작업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게 건축사의 역할이자 비전”
신진건축사들은 꿈이자 목표인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협회 가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졸업, 실무수련, 수험생 생활, 그리고 창업까지 모두가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고,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본지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인 ‘신입회원에게 듣는다’는 노력의 시간 끝에, 사무소 개소에 성공한 건축사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삶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창업기 등 동료이자 선후배가 될 이들을 조명함으로써 활력 넘치는 업계, 소속감과 연대의 기쁨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저는 건축이야말로 인간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었던 첫 번째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인간이라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절실하게 만든 도구요. 그 영향을 받아 인간의 삶이 달라졌고 유기체적으로 엮인 질서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질서가 공동체라는 범위로 확장되고 현재의 우리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하면 건축사라는 일에 자부심도 듭니다. 건축이 인간 문명과 함께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심과 고민도 들고요.”
정은주 건축사(시아 건축사사무소)는 건축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단단하게 쌓아온 시간을 바탕으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정은주 건축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건축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늘 사무소 개소를 꿈꿨습니다. 건축사 자격 취득을 한 뒤 부산시에 사무소 업무 신고를 할 때의 기분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사무소를 개소한 뒤로 달라진 게 있다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종류가 이전과 다르다는 점입니다. 건축사를 준비하는 수련 기간에는 분양용 주거 시설을 주요 업무로 맡았습니다. 반면에 지금은 교육 연구 시설 프로젝트 위주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무소를 연다는 게 두렵기도 하고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어떤 일을 맡게 되고 어떤 사람들과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잖아요. 사업가로, 건축 전문가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하는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또 의무가입이 올해를 기해 완성되는데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건축사의 임무는 외관을 스케치하는 게 아니라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네덜란드 건축사 핸드릭 페트루스 베르라헤가 한 말인데요. 이 말을 처음 봤을 때부터 ‘공간을 창조한다’는 표현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말입니다. 건축사로 경력을 쌓은 뒤에도 한 번씩 제가 생각하는 ‘공간 창조’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건축사의 공간 창조는 대지의 기능에 가장 적합하면서도, 그 사회와 도시에 영향력을 가진 건축물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건축사의 역할이자 비전이라고요.
경제 상황이 어렵고 각종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 속에서 의무가입을 완성한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일을 완수한 만큼 건축사의 권익을 대변하고 지키기 위한 무거운 사명을 협회가 짊어지게 되었으니까요. 앞으로 협회가 건축사의 목소리를 대변해 건축사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에 따른 충분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대기업 자본과 건축주의 사업성만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 건축사가 능력과 역량을 발휘하는 건축 토양이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업무에 대한 대가를 분명하게 상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관급 설계의 대가는 공사비 상승과 건축사 업무 대가 요율변경 등으로 어느 정도 물가 상승에 맞게 인상되어 왔습니다. 반면 민간분야의 경우 상황이 열악한 게 현실입니다. 지금 협회에서 민간 설계 대가기준 법제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업에서 필요한 만큼 꼭 현실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건축사는 설계에 있어 최고 자격인 만큼 어느 정도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연 2회 실시되는 시험으로 약 1,000명 이상의 건축사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자유 경쟁을 통한 건축 서비스 향상을 목표로 한다지만 건축으로 인간의 삶을 다루는 건축사 자격의 사회적 책임과 전문직업인으로서의 품위, 건강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조정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덧붙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등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건축 설계 시장은 세세할 정도로 분업화가 되어 있습니다. 적산, 인테리어, 간판, 도시 공공 디자인 등 종류만 해도 다양합니다. 담당하는 사람은 제각각이지만 건축사법에 따라 모든 책임은 건축사가 지는 것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그동안 세분화 되어 놓치고 있던 업무 범위도 건축사의 업무 영역으로 확대해 전문화하고,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