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아 건축사
박상아 건축사(사진=박상아 건축사)

2009년 건축학과에 입학했던 새내기 신입생이었던 나에게 건축학과 교수들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 중 아직 정확하게 답을 내리지 못한 하나가 아마도 ‘건축이란 무엇인가’이다.
가장 쉬운 질문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이 하나의 원론적인 질문은 오랫동안 건축에 임한 건축인과 입문자인 건축인 모두 답변이 제각각이고, 건축인이 임하고 있는 환경과 여건에 따라 다양한 답변이 나오는 까닭에 건축인에게 있어 미묘할 수밖에 없다.

과거 건축학과에 입학했었던 20살의 내가 내린 답은 건축이란,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었다. 5년 후, 졸업했을 때 건축은 공학이 가미된 종합예술의 결합체라는 답에 이르렀다. 나는 현재 많은 시간을 실무에 임해 건축사까지 이르렀지만, 과연 내가 건축인으로서 잘 성장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 이런 생각은 나뿐만이 아니라 건축인이라면 모두 한 번쯤 갖지 않을까 싶다. 왜 그럴까. 내가 스스로 정의한 답과 달리 설계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사실 미적 아름다움과 기능의 실용성,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이루는 건축 설계를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설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우리 건축인에게는 마땅히 문화를 향유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재충전하는 휴식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두 가지 요소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설계 기간과 정해져 있는 공사비, 일에 쫓기다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정신없이 진행하느라 확신 없이 마무리하는 일이 적지 않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열심히 만들었다 해도 그 가치와 의미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점이 이런 의구심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건축사헌장에 의하면 ‘건축사는 조형 창작 예술인으로서 창의력을 발휘하여 건축 문화 창달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쾌적한 생활공간과 환경의 개선을 위해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기술개발과 건축물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전문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또, 우애와 신의를 바탕으로 상호 간 협동하여 명예와 품위를 보전하고,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국가건설 선봉이 되어 국가와 사회에 헌신적으로 봉사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건축사헌장 내 5가지 건축사의 역할은 건축 설계를 넘어 광범위하고, 내가 가진 의구심과 건축인들의 자아 성찰 및 수많은 고민에 답을 주고 있다.

1965년 건축사법에 의해 대한건축사협회가 창립되며, 이후 수십 년간 우리 건축계가 부흥해 발전을 이뤄왔다. 지금의 한국 건축이 있기까지 선배 건축사분들의 봉사와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건축 발전의 원동력이자 출발점인 건축사 모두의 하나 된 목소리, 연대와 화합이 변함없이 이어지길 바란다.

설계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것이 하나의 마침표가 아닌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쉼표를 찍는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달려오며 잊었던 건축에 대한 자긍심과 본질, 건축 입문했을 때의 초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당신에게 건축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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