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연구소장)

제습제 분야의 1위 업체가 분홍색 뚜껑을 사용했기 때문인지, 대부분 제습제 뚜껑은 분홍색이다. 따라서 제습제 뚜껑을 만드는 업체는 모두 핑크색 원료만 준비해두고 있었다. 생활용품 스타트업인 생활공작소는 하얀색 용기에 검은색 뚜껑의 제습제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생산해줄 업체를 수소문했다. 하지만 아무도 주문을 받아주려 하지 않았다. 최소 주문 물량이 10만개 인데 10만개가 팔리기 전에 회사가 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생활공작소 김지선 대표는 제품을 다 못 팔아도 뚜껑 10만개 값을 모두 치르겠다고 약속하고 겨우 제조를 의뢰할 수 있었다. 뚜껑 제조 업체 사장들의 통념과는 달리 생활공작소의 제습제는 누적 2000만개 이상이 팔리는 히트제품이 됐다. 

생활공작소 사례를 경영전문지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분석했는데, 김지선 대표의 경영이 무척 흥미롭다. 재미있는 포인트 몇 개를 소개한다.
 

생활공작소의 주요 제품(생활공작소 누리집 갈무리)
생활공작소의 주요 제품(자료=생활공작소 누리집 갈무리)

첫째는 철저한 역할분담과 존중이다. 김 대표는 협력사 발굴과 판로 개척을 맡았고 제품 개발과 브랜딩은 공동창업자인 최종우 상무가 맡았다. 최 상무가 검정 뚜껑을 제안했지만 김 대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협력사 사장들이 모두 거부한데다 사진작가를 섭외해 패션 화보처럼 제습제 사진을 찍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동창업자의 전문 영역을 존중해줬다. 협력업체 사장이 "왜 검정색이어야 하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저도 잘 몰라요. 그래도 꼭 그래야 한대요“라고 답하면서 생산을 부탁했다. 제품이 나오자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각자 전문성을 존중해주는 경영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한다.
 

파격적인 미니멀 디자인도 한 몫을 했다. 디자인을 맡은 최 상무는 신혼시절 처갓집 욕실에서 메모지에 샴푸, 린스, 보디워시란 글자를 크게 써서 목욕용품에 붙여놓은 것을 목격했다. 용기 디자인은 화려한데 정작 어떤 용도인지는 알기 힘들었던 디자인이 불편을 유발했던 것이다. 여기서 최 상무는 흰색이나 투명 용기에 ‘핸드워시’, ‘주방세제’ 등을 크게 써놓은 미니멀한 제품을 내놓았고 히트제품이 됐다. 이후에 빨간색과 진분홍색 일색인 고무장갑 시장에 회색과 갈색 장갑을 내놓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즐거운 회사를 만들기 위한 노려도 주효했다. 이 회사는 직원 4~5명일 때에도 즐겁게 일했다고 한다. 주방 세제 홍보를 위한 문구로 ‘남편 전용’, ‘섹시 백(sexy back)’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즐겁게 일하는 문화였다. 이 회사는 워크숍을 ‘플레이숍(playshop)’이라고 부른다. 일은 안하고 놀기만 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제주도 워크숍 만족도가 98%에 달했다. 비결은 공동창업자들이 안 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응이 좋아 다음번 워크숍에도 공동 창업자들은 안 갈 거라고 한다.

기존 위계적 조직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런 문화는 낯설고 이질적이다. 하지만 기업의 오랜 관성에 대한 도전은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도전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생활공작소같은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커뮤니티에 이렇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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