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호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시작(사진=고창호 건축사)
고창호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시작(사진=고창호 건축사)

10여년의 실무를 경험하고, 5년째부터는 수험생활도 시작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며 생활하다보니 인생의 고비가 찾아오고, 시험에도 몇 번 떨어져 이쯤에서 포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그러던 차에 하늘이 내게 상을 내린 것인지 벌을 내린 것인지 건축사 자격을 손에 쥐게 됐다. 부산에 있는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5년을 보내고, 5인 규모의 건축사사무소로 옮겨 실무를 쌓고 보니, 개업 건축사가 맞다고 판단해 퇴사를 결심했다. 개업을 했지만 현실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가장 필자를 괴롭힌 것은 바로 업무대가의 문제였다.

일이야 10여년 간 해왔던 경험이 있으니 이렇게 저렇게 해 낼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몸담고 있었던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총무과에서 자금을 담당하고, 계약과 관련된 일은 나와는 다른 세상의 업무였으며, 5인 규모의 사무소에서도 대표님이 직접 수주와 운영을 하셨기에 업무대가가 얼마인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마디로 경영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직접 개업을 하고 수주를 하려고 하니, 업무대가를 산정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잘해주고 잘 받자고 생각 할 수는 있지만, 풋내기 루키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건축주로서 흔한 일도 아니거니와,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서 내게 좋은 금액을 제시하며 계약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협회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금액을 제안하면 사급에서는 너무 비싼 금액이 되고, 10년 전에나 가능할법한 금액을 합당한 금액이라 생각하는 건축주를 만나다 보면, 내가 덤터기 씌우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때마다 선배 건축사들에게 전화해서 이러한 규모의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금액이 합당한지 물어보았고, 심지어 건축주들 역시 이런 일을 할 때 얼마 정도가 적정금액인지 검색을 해보기 일쑤였다.

물론 건축주가 원하는 금액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금액이 일반적이었다. 다행히 다수의 업무를 추진하며 요령이 붙어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들거나 행정사항들이 수반될 경우 추가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그리고 작업량의 일수에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을 추가로 반영해 업무대가를 산정하기도 한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건축 작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작품성을 더 우위에 둔다. 그래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건축사는 이처럼 공공성을 확보한 멋진 건축물을 계획하며 영리성을 추구해야 하는 고되고 어려운 일을 하는 전문직이다. 

우리가 사회에서 좀 더 오래, 멀리,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영과 운영에 대해서도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고, 우리의 업무가 가치 있는 비용으로 합당하게 청구할 수 있는 풍토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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