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복사꽃밭 같아서

- 정화진

 

그녀들 말의 향기로 저 복사꽃 핀 산자락이 색채가 끝난 시간들 또는 육체들이 상승한 자리 위에 얹힐 때, 인간의 마음은 분홍의 꽃밭 같아져서 말마저 잊고 향기로 가득 세상을 채우리라

  마음이 복사꽃밭 같아서
  하늘 아래 팔 벌려 마음은 꽃 피는
  바다와 같이 출렁거려서
  한결같이 복사꽃, 사월의 복사꽃만 같아서
  향기로운 말들이 꽃피는 날에

 

- 정화진 시집 ‘끝없는 폭설 위에 몇 개의 이가 또 빠지다’ 중에서/
  문학동네/ 2022년

이 한 편의 시가 말하려고 하는 바를 이 시 한 편으로는 알 수 없다. 이 시 한 편은 복사꽃 핀 봄날의 서정을 노래한 것 같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가령, 이 시 앞의 ‘색채가 끝나는 시간, 모든 육체의 자리들이 상승한다 그리고’와 연관해서 읽어야 하고, 그 외의 다른 시들이 이 시의 여기저기에 걸려 있다. 단 한 편의 시로 대표되던 예전의 시인들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우리가 그만큼 복잡해 진 탓이거나, 세상이 복잡해 진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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