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에너지 쓰는 건축사 내부에서부터 상식적 목소리, 침해에 분노 드러내야”
건축저작권 논란 ‘서울링’ 관련해 내부 자성론도
일각 “저작권 침해 분명한 서울링 조감·투시도는 누가 그려줄 수 있나”

우대성 건축사 · 우연히, 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사진=
우대성 건축사 · 우연히, 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사진=우대성 건축사)

 

서울링의 건축 저작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건축저작권을 다시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링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일환으로 서울시가 하늘공원에 조성할 대관람차 사업이다. 지난 38일 서울시의 발표 이후 서울링이 2000년 문화관광부가 추진한 설계공모 당선작 천년의 문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천년의 문'은 우대성 건축사(당시 오퍼스 건축사사무소)와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이은석 교수(프랑스 건축사)의 안으로, 지난 2000년 문화관광부가 추진한 설계공모
당선작이다.

건축계에서는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공공이 건축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입을 모은다. 국책 사업의 안일한 처사로 개인의 피해가 간과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책 사업이던 천년의 문이 백지화된 이후 저작권자인 우대성 건축사는 10여 년에 걸친 설계 용역비 지급 요청 소송을 문화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진행해 2010년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링의 고리형태 디자인의 구조 안전성을 위해 국내외 대관람차 설계업체, 대형 건설사의 자문을 통해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추후 민간에서 더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제안받아 보완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업은 전부 민간투자로 이뤄진다.

이러한 서울시의 발표와 관련해 본지와 인터뷰한 우대성 건축사는 오랜 시간에 걸쳐 엔지니어링 회사와의 협업으로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한 천년의 문을 서울시가 디자인의 핵심을 그대로 도용해 만들겠다고 선언했다디자인은 참고만 했고, 민자 사업으로 진행, 아직 미확정된 사업이라고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 플라이어를 넘는 페리휠을 만들겠다던 2022년의 계획이 왜 천년의 문으로 방향을 틀었는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서울링을 두고 건축계 내부에서조차 건축저작권을 침해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는 자성론 역시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링의 조감도와 투시도를 만일 건축사업계가 아니라면 어느 누가 그려줄 수 있나라며 건축 저작권과 관련해 건축계 내부에서 이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서울시는 건축 저작권 문제를 애매한 경계에서 벌어진 일로 치부하는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건축사의 건축저작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해 빚어진 결과다라는 의견 역시 나온다.

우대성 건축사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서울시가 저작권을 사용하려는데 그 권한을 누가 줬는지, 이 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는 주체는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힘의 논리를 따라 이익을 취하기보다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상식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10여 년의 소송을 진행한 건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건축사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함이었다천년의 문이 저작권을 무시한 채로 사업을 진행한 선례가 된다면 앞으로 어느 누가 건축 저작권을 지키려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건축물에 담긴 시의성과 유일성이 훼손된 지금 이 시점에 왜 천년의 문이 이렇게 부각돼야 하나 싶다라며 창조적인 에너지를 쓰는 건축사 내부에서부터 상식적인 목소리와 침해에 분노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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