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건축사(사진=장우진 건축사)
장우진 건축사(사진=장우진 건축사)

20년 넘게 설계공모 현업에 종사하면서 겪었던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설계공모 개선을 위한 또 다른 의견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건축공모에 대한 인식과 현 제도가 개선되길 바라면서 글을 시작한다. 공모의 규칙과 법규, 인력 운용, 운영 비용이라는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선후배님 건축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에서 행해지는 건축 설계공모의 올바른 방향이 제도와 틀 안에서 조금씩 변화되고 효율적으로 정비되어 갈 때 공공건축의 가치와 건축의 본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새로운 전환점의 시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올바른 설계공모의 길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보고 시도해 볼 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은 아이디어와 작품을 선정하여 공공건축의 가치를 높이는 경쟁 응모인 설계공모의 목적과 제도는 굉장히 훌륭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순수한 그 목적만으로 수상작이 결정되고 좋은 작품이 나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다반사다. 대한민국 건축사로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모이지만, 현실의 여러 벽 앞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공모에 임하면 정해진 오랜 시간과 엄청난 노력을 들여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문턱을 낮추기 위해 발주처와 건축 기관들은 설계공모 진행방법과 절차에 잦은 변화를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설계공모의 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관행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현 공모에 길들여져서 불편함 없이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국토교통부 고시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에 따라 지차제에서 설계공모 규칙을 적용받아 지침서를 공고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주관부서의 주장으로 엇박자를 내는 곳도 많다. 제출물을 간소화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설계사무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규모건축사사무소, 1인 건축사사무소가 제도권 안에 들어오는 것조차 어렵게 하는 것이다. 설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지고 그 제도권 안에 쉽게 들어오도록 유인하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건축물 중에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가치를 가진 건물이 손가락으로 뽑기 힘들다. 공공기관에서 행해지는 작품들이 잘 지어져 건축상을 타고 나아가 프리츠커의 밑바탕을 만들 수 있는 생태환경을 우선 나서서 조성해야 한다. 현 제도 안에서는 훌륭한 건축, 건축사를 만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많은 결과물 중에 먼저 조감도 이야기이다. 화려한 조감도의 결과물과 당선되고 지어진 실제 건축물의 괴리는 심각하다. 심사위원의 눈을 속이기 위해 온갖 기교가 더해지는 것이다. 조감도보다 더 아름답게 완공된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보기 힘들다. 조감도의 화려함에 속아 현장을 답사해 보니 그림과 다른 실제 건축의 민낯이 드러난다.

렌더링 효과와 터치를 통해 엄청난 미백효과로 수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작품은 허구이다. 제출한 작품을 더욱 좋게 만드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고 실시설계와 주관부서와 협의, 시공의 한계를 거치면서 변화되고, 제거되고, 또는 더해지면서 이상한 작품으로 거듭난다.

무엇이 이토록 부끄러운 건축을 낳게 한 것일까? 설계의도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행정 인허가와 관련 법들이 건축사의 창의성을 제한하지만, 제도 내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최선의 아이디어를 내지 못한 실무자의 책임도 클 것이다. 초창기엔 맥스를 이용한 그래픽이미지로 그야말로 건축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제도가 바뀌어 스케치업 모델링을 이용해 효과를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조감도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기 위함이었으나 대형건축사사무소는 여전히 높은 외주비를 지출하고 좋은 퀄리티를 내기 위해 맡긴다.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어 건축의 기본인 평면도에 신경을 더 쓰도록 그래서 공간이 더욱 아름답도록 조감도 컷 수를 더욱 제한해야 한다. 조감도 없이 건축 기본 도면만으로 심사하면 어떨까 싶다. 가상의 이미지인 조감도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건축공간의 본질에 대한 시간을 더욱 할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공건축의 가치가 살아나게 실제의 이미지에 더욱 신경을 써야 더욱 좋은 건축이 이 땅에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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