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건축사(사진=이상훈 건축사)
이상훈 건축사(사진=이상훈 건축사)

모두가 인력부족으로 한숨을 쉬고 있다. 우리 사무소 역시 채용공고를 올린 지 석 달이 지났으나 실업급여를 받기위한 지원자 1명이 있을 뿐 더 이상의 지원자는 없었다. 지방이다 보니 대학교 졸업생은 한정되어 있고, 그마저도 대도시로 취업을 나가기를 희망한다. 때문에 지역 소도시에 남아 취업해 일하는 것이 점차 기피되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 역시 대도시에서 공부하고 일하다가 지방으로 와서 개업을 하였으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젊을 때 청운을 꿈을 갖고 대도시에 나가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게다.

그런데 요즘은 대도시에서도 인력수급이 문제다. 이는 건축을 전공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고, 졸업 후에는 건축계가 아닌 다른 직종으로 취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 사무소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직원이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개업을 위해 퇴직한 후 줄곧 혼자 일해 왔다. 관급일은 준비해야 할 서류와 각종 심의도 많다보니 서류작성에서부터 송달, 설계도서 작성, 제본, 납품까지 모든 것이 나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 가끔 날인을 하지 않아 도장을 가지고 다시 가서 날인을 하거나, 놓친 서류를 다시 가져다 줄때는 우체국 집배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일과 중 핸드폰은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울려댄다. 그럴 때는 손과 머리가 따로 움직이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멘붕상태로 손은 일하고 귀는 멍하게 전화기에 대고 있다.

지치고 피폐해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면서 기분전환으로 상상을 해 본다.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AI챗봇이나 GPT챗이 발전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고 말이다. ‘챗봇! 내일 공공건축심의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자료를 줄테니 심의자료 PPT 만들어줘!’, ‘네. 바로 만들어드릴게요’ 5분 안에 PPT자료 파일이 창에 뜬다. ‘챗봇! 000건 계약서류 좀 만들어줘’ ‘네! 금방 됩니다~’, ‘챗봇! 근생 기획안 잡았는데 실시설계안 좀 살펴봐줘.’, ‘네! 잠깐 쉬고 오세요~’라고 하는 상상 말이다.

이런 일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라 본다. 직원을 구하지 못해 오매불망 메일을 쳐다보고 있지 말자. 어차피 올 사람은 오고 안 올 사람은 안 온다. 답도 없는 구인시장에서 목을 메고 기다리는 것 보다가 차라리 AI기술이 빨리 발전하기를 기다리는 게 더 빠를 수 있다. AI기술이 발전되어 우리의 몸과 정신이 온전하게 돌아올 때 쯤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치맥한잔 해야지.’라는 기분 좋은 행복회로를 돌려본다.

가장 좋은 건 후배들이 건강한 건축 환경에서 성장해 함께 기쁨을 만끽하는 것임이 틀림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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