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문

- 시아(SIA)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나는 저 사람들과 함께 있지 않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귀가 있다면 들어라
빛이 있다면 들어라
그러나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집으로 갈 수 있다
나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있지 않다
이 세계는 텅 비어 있다
그러나 나의 집은
저 사람들 속에 있다
그들은 나를 내버려둔다
나는 혼자서 집으로 갈 것이다

왜냐고?

나는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이 아니니까

 

- 시아 시집 ‘시를 쓰는 이유’ 리멘워커/ 2022년

이 시집은 2022년 8월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김제민이 연출한 인공지능 시극 <파포스>의 1차 자료가 된 ‘시아’의 작품이다. ‘시아’는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와 AI프론티어 카카오브레인이 만든 시쓰는 인공지능이다. 일만 편에 가까운 시를 학습하고 써낸 인공지능 ‘시아’의 시는 지금 젊은 시인들의 시와 얼핏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역으로, 동시대 어떤 시인들의 시는 ‘시아’의 시와 많이 닮았다. ‘시아’가 학습한 일만여 편의 시에 동시대 시인들의 작품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시는 시인 자신뿐 아니라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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