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과 절제된 건축 언어’ 데이비드 치퍼필드 금년도 프리츠커상 받아
건축사의 건축 미학도 중요 평가 요소가 되었다는 긍정적 목소리도

프리츠커상 수상 메달에는 건축의 본질인 ‘견고함(firmness), 유용함(commodity), 아름다움(delight)’ 세 단어가 양각돼 있다. (사진=pritzkerprize)
프리츠커상 수상 메달에는 건축의 본질인 ‘견고함(firmness), 유용함(commodity), 아름다움(delight)’ 세 단어가 양각돼 있다. (사진=pritzkerprize)

프리츠커상의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는 공정성개방성으로 알려졌다. 공간적 속성이 강한 건축물에서 공정과 개방의 요소를 찾다보니 최근에는 사회적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사가 상을 받아왔다. 지난해 수상자인 프란시스 케레는 고향인 부르키나파소에서 흔한 흙과 나무를 주재료로 삼아 학교, 도서관 등 공공 건축물을 지어 지역 사회에 헌신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프란시스 케레 이전에도 사회적 건축을 지향해 온 건축사들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 수상자인 칠레의 아레한드로 아라베냐를 두고 프리츠커상 심사위원은 글로벌 주택 위기에 대응하고 더 나은 도시 환경을 위해 싸우는 그의 장기적인 노력은 사회 참여적인 건축사의 부활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017년에는 스페인 로컬에서 주로 활동해온 RCR(라파엘아란다, 카르메 피헴, 라몬 빌랄타)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지역적이고 보편적인 건물과 장소를 만드는 접근 방식에서 차별적인 성과를 이뤘다는 점에서다. 인도 건축사인 발크리 슈나는 2018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는데, 그의 작품을 두고 인도의 사회경제환경적 차원을 두루 고려하는 등 실질적인 공헌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사회 참여적인 건축사를 잇달아 수상자로 선정한 것을 두고 프리츠커상을 운영해 온 하얏트 재단의 변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명 스타 건축사 위주로 상을 줬다는 비판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그간의 행보와 달리 금년도 프리츠커상은 영국의 건축사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받았다. 치퍼필드는 건축의 사회 참여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개인의 건축 미학을 작품에 담아온 건축사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은 그를 일컬어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경외심을 보여주면서 기존 건축 환경과 자연 환경을 존중하는 건축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상을 두고 개인의 건축 미학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 것이라는 의견을 보탰다.

그동안 치퍼필드는 박물관, 미술관, 검찰청, 상업 건축 등 건축의 기능적인 특징이 강조된 설계를 다수 맡았다. 그러면서도 역사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각 지역마다 고유한 건축 언어를 본인만의 일관된 미적 표현으로 담아냈다. 그의 건축 언어가 기본 설계 원칙과의 일관성 및 현지 문화에 대한 유연한 균형을 유지한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치퍼필드도 "디자인은 색상과 모양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일련의 질문과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엄격한 과정"이라며 "그 과정을 견딜 수 있다면 그 길을 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만든 성과가 있다면 어떤 길을 가도 상관없다"라고 자신의 건축관에 대해 말한다.

로마시대의 아키텍트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의 본질을 견고함(firmness), 유용함(commodity), 아름다움(delight)이라고 명명했다. 건축계의 불문율처럼 통용되는 이 본질을 이어가고자 프리츠커상 수상 메달에도 이 세 단어가 양각돼 있다. 견고함과 유용함을 넘어 예술작품으로서 건축이 조망받기 바라는 의미를 담아서다. 인류의 건축 환경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한 건축사를 선정하는 프리츠커상이 건축의 기능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전달하는 작품을 선보이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자료=pritzkerprize)
(자료=pritzker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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