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축 NOW - Framework for Design Excellence

건축사는 기후 위기, 사회적 불평등 등 복합적인 대외적 상황 속에서 공공의 건강과 안전,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 시대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거시적인 안목이 건축사에게 요구되고 있다.

달라진 환경 변화에 미국건축사협회(AIA)탁월한 설계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통해 건축사들과 탐색적인 질문을 공유하고 있다. 건축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회와 공동체 구성원의 건강한 건축 환경 조성을 위해 대한건축사신문도 탐색적인 질문을 공유하며 확장된 시각을 나눠보려 한다.

세 번째로 생태계를 위한 디자인을 다룬다. 건축과 생태계의 균형을 찾고 자연을 거스르는 게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설계를 위한 질문을 공유한다.

시간이 흘러도 설계 디자인이 지역 생태계 복원을 지원할 수 있는지

이용자들이 건축물을 통해 생태계를 인식하는데 건축사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유지 보수를 줄이면서 생태계 복원력을 구축할 수 있는 설계 디자인은 무엇인지

건축물이 지역 서식지 복원에 도움이 되는지

생태계를 위한 디자인 (Design for Ecosystems)

좋은 설계 디자인은 무엇일까. 건축사마다 정의가 다르겠지만 결국엔 사람뿐 아니라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건축은 궁극적으로 건축과 생태계의 공존이라는 점에서 AIA생태계를 위한 디자인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시간이 흘러도 설계 디자인이 지역 생태계 복원을 지원할 수 있는지 이용자들이 건축물을 통해 생태계를 인식하는데 건축사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유지 보수를 줄이면서 생태계 복원력을 구축할 수 있는 설계 디자인은 무엇인지 건축물이 지역 서식지 복원에 도움이 되는지 등이다.

자연은 생태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자연 친화적인 건축을 위해서는 먼저 생태계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건축물과 건축 전 과정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AIA가 제안하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건축과 생태계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가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게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설계가 핵심이다. 특히 물, 토양, 대기는 자연환경이 건축과 인간에게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인 만큼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물은 지형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건축설계 전 주변에 습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부터 물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흐르는지를 파악해야 하천의 범람과 가뭄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지역의 강수량을 확인하는 것도 설계 앞단에 필요한 작업이다.

지역에 따라 토양의 질과 암석의 형태, 자생하는 생물종이 다른 만큼 현장의 지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지진 등 자연 재해를 예측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용 절감과 보전을 위해 토양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대기현상에 대해 주의 깊게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 날씨, 기후를 만드는 대기 현상은 건축물과 지역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 화재, 폭풍, 태풍 등이 잦은 지역은 이에 맞는 건축물을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대기에 대한 이해는 기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적 사고의 시작점이다.

GEORGIA TECH ENGINEERED BIOSYSTEMS BUILDING IN ATLANTA, GEORGIA BY LAKE | FLATO AND COOPER CARRY, A 2018 COTE TOP TEN AWARD RECIPIENT(사진=AIA)
GEORGIA TECH ENGINEERED BIOSYSTEMS BUILDING IN ATLANTA, GEORGIA BY LAKE | FLATO AND COOPER CARRY, A 2018 COTE TOP TEN AWARD RECIPIENT(사진=AIA)

반대로 건축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고민도 필요하다. 공사 현장의 빛 공해와 소음 공해가 대표적이다.

먼저 빛 공해다. 해가 지면 외부 조명은 모두 차단되어야 하며 어두운 자연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실내를 떠날 때는 소등하고 밤새 조명을 켜놓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보안상의 이유로 야간 현장에 조명이 필요하다면 빛 보다는 야간 투시 카메라나 동작 활성화 조명 등의 방식으로 현장을 어둡게 유지하는 게 좋다.

소음 공해도 있다. 건축 현장은 기계사용으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다. 소음 제어를 위해 방음벽을 세우거나 식물 식재로 소음을 차폐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공기로 전달되는 소음은 공기 밀도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밀도가 높은 건조하고 추운 날은 소음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매년 수억 마리가 유리에 부딪히는 조류 충돌도 고려 요소다. 전문가들은 매년 철새 개체류의 10%가 충돌로 죽는 것으로 추정한다. 자연과 도시의 분명한 경계가 흐려지는 조류 생태를 위한 건축적 고민이 필요해진 때다. 미국에서는 유리 사용의 최소화와 음영과 눈부심을 통합하는 디자인으로 조류 충돌 비율을 줄여가고 있다. 조류 충돌의 위험도가 높은 유리 발코니, 모퉁이, 로비 등에 나무를 심어 새를 유인한다. 미국에서는 조류 친화적 빌딩 설계(Bird-Friendly Building Design) 가이드를 공유하고 있다.

GEORGIA TECH ENGINEERED BIOSYSTEMS BUILDING IN ATLANTA, GEORGIA BY LAKE | FLATO AND COOPER CARRY, A 2018 COTE TOP TEN AWARD RECIPIENT(사진=AIA)
GEORGIA TECH ENGINEERED BIOSYSTEMS BUILDING IN ATLANTA, GEORGIA BY LAKE | FLATO AND COOPER CARRY, A 2018 COTE TOP TEN AWARD RECIPIENT(사진=AIA)

조지아 공과대학(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EBB(Engineered Biosystems Building)는 혁신적인 연구시설 건축 사례로 꼽힌다. EBB는 전통적인 실험실 설계에서 벗어나 개방형 실험실 이웃 시스템을 만들었다. 일명 교차 절단 연구실로 날개에 사무실과 회의실을 만들고 건물 중심에 연속 작업연구 공간을 구현했다. 일광, 야외 전망, 배수 시스템 등 수준 높은 생태학적 성능을 갖춘 다목적 공간을 완성했기에 AIA생태계를 위한 디자인에 적합한 사례로 꼽는다. 특히 물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실험실 건물을 독창적인 통합 설계로 기존 문제를 보완했다.

EBB는 화석 연료가 고갈되는 상황에서 탄소발생을 줄이는데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조지아 공과대학이 지향하는 스마트 에너지 캠퍼스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대학 측은 애틀랜타 하수도 시스템으로 유입되는 빗물의 50% 감소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EBB는 애틀랜다 남부 피엔모테 숲의 생태계까지 고려했다. EBB는 빗물을 받아 저장하며 빗물 유출을 관리한다. 또 건물 부지 지하에 있는 개울에서 건물에 사용할 용수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모색했고, 실험실에서 필요로 하는 막대한 양의 물을 공급하는 방안을 적용했다. 10,000갤런을 저장하는 EBB 수조의 물은 분수, 수로, 에어컨 응축수, 화장실 변기 등에 활용된다. 사용한 물은 오수를 여과시켜 인근 습지로 내보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GEORGIA TECH ENGINEERED BIOSYSTEMS BUILDING IN ATLANTA, GEORGIA BY LAKE | FLATO AND COOPER CARRY, A 2018 COTE TOP TEN AWARD RECIPIENT(사진=AIA)
GEORGIA TECH ENGINEERED BIOSYSTEMS BUILDING IN ATLANTA, GEORGIA BY LAKE | FLATO AND COOPER CARRY, A 2018 COTE TOP TEN AWARD RECIPIENT(사진=AIA)

좁고 수직적인 건축물이 보다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입구를 투명하게 만들어 개방성을 강조하고 녹지공간이 보여 풍광과 일광까지 확보했다. 건물 서쪽으로 난 창문은 최소한의 벽돌 파사드를 사용했다. 서쪽과 동쪽 정면의 금속 패널은 여름 동안의 과도한 열기를 제한하는 한편 일광과 전망을 살리는 효과가 있다. 북쪽은 커다란 창을 설치해 공간의 개방감을 살렸다. 눈부심 제어를 위해 태양 고도에 따른 자외선 차단을 디자인했다. 수직 동선을 부각시켜 계단 이용을 유도하는 건강한 동선을 완성했다.

건축을 통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AIA가 제안하는 열 가지 프레임은 큰 틀에서 사람을 위한 디자인, 자연 환경 변화에 따른 디자인, 그리고 기후 위기 시대의 디자인을 아우르고 있다. 생태계를 위한 디자인을 다룬 만큼 다음 편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물을 위한 디자인 프레임워크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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