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석 건축사(사진=정창석 건축사)
정창석 건축사(사진=정창석 건축사)

IMF보다도 심적으로 어렵다고 느끼는 계묘년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외부적 요인의 불확실성이 커져 이제는 너덜너덜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지나고 보면 주기적으로 파동을 만들며 오르고 내림이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지만 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건축사로서 30여 년을 살았으면 이제는 업무를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영원히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젊어서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계획안을 만들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고, 조금 더 나은 계획안을 만들겠다는 건축사로서의 욕망에 사로 잡혀 무수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간간히 설계공모에 참여할 때에도 희박한 확률을 가진 당선을 위해 최적안을 만드느라 수명과 바꾸는 일을 수 없이 반복했다. 건축사라면 누구나 그렇게 살 것이고, 이것이 건축사의 일상이라고 생각을 했다.

꿈을 꾸던 젊은 시절에는 좋아서 선택한 건축사로서의 작업이 고되지만 마냥 좋았고 행복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노하우가 쌓이면 조금은 쉬워져야할 설계작업은 어제나 오늘이나 그만한 노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니,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워라밸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레 많아졌다.  

열심히 생활하는 후배들과 이야기를 할 때 설계공모의 작업 비중을 줄이거나, 당분간이라도 하지 말라는 말을 종종 한다. 설계공모에 집중하다보면 짧은 기간 안에 능력이 발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설계공모 업무가 자칫 수주로 이어지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사무실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플랫폼을 만드는 1퍼센트의 부자와 99퍼센트의 가난한 사람으로 구분된다고 하는데, 건축사사무소의 업태도 플랫폼화된 소수의 대형사무소와 다수의 개인사무소로 이분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개인 사무소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부가가치가 높은 자기만의 특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일차적인 사고에서 한발 벗어나 생각해보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한곳 만 바라보고 있으면 다른 세상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각을 넓히고, 삶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건축만 공부 하지 말고, 부동산도 공부하고 경제에 관한 공부도 하면서 시각을 넓히다 보면, 자기에게 맞는 분야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잠을 자는 시간에도 나의 수익을 만들어주는 자산을 하나씩 늘려가는 방법을 만들게 되면 여유 있고, 지속가능한 설계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불확실성이 많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지만 필자를 포함해 동료 건축사의 스노우 볼이 커져 업무의 부담은 줄이면서, 경제적인 효과는 키울 수 있는 2023년이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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