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새 아침 8,371명 모든 회원에게 복을 전하는 마음이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표지에서 메시지로 전해왔다.

계사년은 주역상경 마지막 패인 중화리(重火離)에 해당하는 해로써 위와 아래에 모두 불(火)이 있는 패로 상호 의탁의 바른 도리를 상징하며 이 패속에는 세상의 모든 사물이 서로 의지해야만 존립할 수 있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밝은 지혜를 갖고 정도를 지켜야 형통하게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러한 덕담도 잠시 건축설계시장의 예견된 재앙이라며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한국 현대 건축의 산실 ‘공간’이 끝내 부도라는 제호와 함께 건설 경기 침체, 제대로 설계비를 받지 못하는 현실, 설계 수주 부진과 경영부실이라는 부재가 꼬리를 달았다.

지금 설계시장은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건축 설계 산업이 처한 시장의 위기를 과거 방식으로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적 침체는 건축시장의 경기변동을 의미하고 주기성이 있었지만, 지금의 구조적 위기는 시장의 양적성장 한계와 질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즉,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구조적 양상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공공 건축 설계 발주의 위축 가능성과 저성장 기조 민간시장 역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그리고 장기적인 인구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외적시장의 위기에 대응하여 우리가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내적 위기를 협회의 주도적 역할과 실천적 과제로 풀어낼 수 있다면 그동안 방치되었던 무료·무한 서비스, 구걸수주 현상에서 공정한 거래 상생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낼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회원들의 프로의식과 전문가적 신념, 공공가치가 높은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대응한다면 시장의 위기는 충분히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사무소가 추구하는 목표와 공공적 가치 차원에서 규정하고, 이에 가장 적합한 고객과 시장을 목표로 사업계획과 전략을 펴나가는 것이다. 그동안 높은 수준의 전문가가 되기 위하여 건축계가 스스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어 건축 교육학 인증 5년제 대학과 작년부터 협회가 운영하는 건축사등록원을 선도하였다. 등록원은 예비 건축사들을 실무경력에 대한 조건을 충족토록 3년간 높은 훈련과정의 경력을 충족시키고 기존 건축사는 기술발전과 전문화 추세에 따라 시대적인 변화를 따라 잡기 위한 꾸준한 자기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의 건축설계 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건축설계를 시공의 일부로 인식하는 법·제도와 발주제도의 운영미숙, 디자인보다는 가격경쟁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으며 계약관련 불합리성은 관습적으로 설계비 감액을 요구하고 무보수 추가 업무 강요로 이윤감소 및 경영악화 심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우수설계 유출로 이어지고 국가디자인 경쟁력 하락 등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마저 불러오고 있다.

이제 출발하는 새 정부에 새로운 건축문화 부흥시대를 요구하고 협회는 시급히 위기 극복방안을 제시하여 그 역할을 다하고 회원은 스스로 해결할 과제를 나부터 실천하겠다는 결심의 각오만이 우리 건축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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