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쓰오 바쇼
파 하얗게
씻어서 세워 놓은
추위여
- 마쓰오 바쇼 ‘바쇼 하이쿠 선집’/ 류시화 옮김/ 열림원/ 2013
하이쿠는 지금까지 알려진 운문 문학 중에서 가장 짧은 형식이라고 알려졌다. 5-7-5 열 일곱 음절로 이루어져 있고 거기에는 계절을 나타내는 키고(계어;季語)와 호흡을 끊어서 여운을 주거나 시상을 전환하기 위한 키레지(절자;切字)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형식은 15세기에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전신으로는 ‘와카’가 있었다. 와카는 하이쿠의 5-7-5 음절의 뒤에 7-7 음절이 더해진 형식이었다. 그러다가 와카가 놀이 형식으로 변형되며 ‘렌가’가 만들어졌는데, 한 사람이 5-7-5를 매기면 뒤에 사람이 7-7로 답하는 식이었다. 하이쿠는 이 렌가에서 7-7을 버리며 성립했다. 마쓰오 바쇼는 16세기에 하이쿠를 완성한 시인이다. 그는 1644년 하급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25살에 주군이 죽자 갈 곳이 없어져 무사를 그만두고 시인의 길로 들어선다. 그는 무사가 도장 깨기하듯 일본 전국을 방황하며 하이쿠 형식을 완성했다. “방랑에 병들어/ 꿈은 시든 벌판을/ 헤매고 돈다” 바쇼가 죽기 사흘 전에 쓴 하이쿠다.
함성호 시인
haamx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