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연구소장)

호황기에는 많은 기업이 성장에 집중한다. 호황기에 유용한 대표적인 전략적 접근이 바로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이다. 이는 ‘전격적(blitzkrieg)’과 ‘규모 확대(scaling)’를 결합한 조어로 마치 전쟁에서 전격전을 벌이듯이 미친 속도로 규모를 키워가는 전략이다.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해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쏟아부으며 투자를 확대했던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런 전략을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새로운 경영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불황기에 유용한 접근 중 하나가 바로 ‘머슬업(muscle-up)’ 전략이다.

근육을 키우려면 충분한 영양분을 확보해야 하는 것처럼 기업 역시 불황기를 버틸 수 있도록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자본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과거 성장기에 사업 확장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 전선을 벌여놓은 기업이라면 비핵심 분야 자산을 매각해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좋다. 실제 이베이는 한국의 G마켓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과거 고성장기에 투자했던 다양한 회사의 지분을 팔아 총 20조원이 넘는 자금을 회수해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
 

불황기, 성장 잠재력이 높거나 강소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인수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 이베이(사진=pixabay)
불황기, 성장 잠재력이 높거나 강소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인수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 이베이(사진=pixabay)

체질 개선을 위해 기존 관행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롯데칠성은 사내 핵심인재들을 발탁해 제로베이스예산(ZBB·Zero-Based Budgeting)TF팀을 만들어 전사적으로 비용절감 및 프로세스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집중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CEO의 강력한 의지와 조직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이 회사는 수백 개 과제를 발굴했는데 과제당 절감액은 10억 원 안팎에 그친 경우가 많았지만 전체를 합산해보니 무려 1100억 원대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재원을 바탕으로 신제품 마케팅을 강화해 회사의 체질을 개선했다.

근육을 키우겠다고 움츠리고만 있으면 안 된다. 근육을 키우려면 특정 근육을 고립시키고 자극을 주는 방법을 활용하는데, 기업 역시 불황 이후 찾아올 호황에 대비하기 위해 잠재력 있는 분야에 집중화된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베이는 과감한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1조원 이하의 기업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스몰딜에 집중했다. 또 이베이는 중고 스니커즈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니커콘을 인수한데 이어 NFT업체, 자동차 부품 거래 플랫폼 업체 등을 인수했다. 이름이 알려진 대형 기업이 아니라 성장 잠재력이 높거나 강소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인수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근육을 키워놓은 기업은 불황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황 이후 찾아올 호황기에도 경쟁 기업보다 한 발 앞서나갈 수 있다. 과거 호황기에는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많은 기업들이 확률이 다소 낮은 모험적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이런 접근이 위험하다. 불황을 계기로 우리 조직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시켜주는 근육 키우기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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