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 주거지역에 솟은 새 명소
임승모 건축사 “법적 제한 받아들여 특징적 볼륨 만들려 노력”
윤명진 건축주 “멋진 건축사, 시공사 만나 잊지 못할 경험”

국내 건축 문화를 이끌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했던 한국건축문화대상,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열다섯 번째 작품은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대상 수상작 소슴당인이다.

‘소슴당인’(설계=임승모 건축사 ·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작가)
‘소슴당인’(설계=임승모 건축사 ·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작가)

 멀리서 보면 마치 세모와 네모가 어우러진 기업의 로고를 보는 것 같다. 주변 풍경과 함께 보면 왜 이렇게 지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짓느라 고생 많이 했겠다라는 끄덕임으로 바뀐다.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우수상 수상작 소슴당인’(설계자 임승모 건축사,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이다.

소슴당인은 서울지하철 6호선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 좁은 골목길 중간에 위치한다. 주변은 빨간 벽돌을 주재료로 하는 저층 주거 건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5.6미터, 깊이 17미터의 좁고 긴 이형(異形) 부지로 3미터 도로에 접해 있다. 전면은 좁고 뒷면은 그것보다는 조금 넓다. 전면은 남동쪽을 향하고 있으며 나머지 세 면은 다른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넓게 보면 건축물 전면에는 현재 지하화가 완성된 당인리 발전소가 위치하고, 4층 높이로 올라서면 담 너머로 일부 노출된 지상 구조물과 한강이 보인다.

‘소슴당인’ 서측 정면(설계=임승모 건축사 ·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작가)
‘소슴당인’ 서측 정면(설계=임승모 건축사 ·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작가)

이곳에 상업시설과 주거 시설이 함께 있는 건축물을 짓고 싶었던 윤명진 건축주는 안면이 있던 임승모 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겼다. 건축주 윤명진 씨는 “12층에 상업시설, 그리고 34층에 주거 시설을 갖춘 건축물을 짓고 싶었어요. 원래 인연이 있던 임승모 건축사에게 설계를 부탁했다라면서 건축사와 시공사까지 최고의 파트너를 만나 서로 챙겨주며 세운 건축물이다. 임 건축사가 많이 고생했는데 한국건축문화대상 등 많은 상을 타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소슴당인’ 서측 전경(설계=임승모 건축사 ·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작가)
‘소슴당인’ 서측 전경(설계=임승모 건축사 ·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작가)

주거지역의 모든 건축물은 정북방향 일조권 사선이 적용된다. 일조권 사선 제한은 건축물의 최대 볼륨과 최외곽선을 어디까지 그을 수 있는지를 규정한다. 설계자 임승모 건축사는 이곳에 적용되는 법적 제한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그 한계 속에서 특징적인 볼륨을 찾아갔다. 정북방향 사선제한 면과 건물의 입면은 평행면을 유지한다. 이렇게 뻗어나간 사면과 수직의 벽과 만나는 지점까지 방향성을 유지하고 끊기는 곳 없이 연장하여 솟아있는 볼륨과 뾰족한 내부 공간이 만들어지도록 했다.

‘소슴당인’ 실내(설계=임승모 건축사 ·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작가)
‘소슴당인’ 실내(설계=임승모 건축사 ·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작가)

부지가 공()터이긴 하지만 터와 맞닿아 사는 사람들은 이 공간에 고추도 말리고 차량을 주차하기도 하는 등 여러 용도로 이용했다. 나름의 다목적 공간으로 기능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변 거주자 중엔 소슴당인건축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어 의견 조율과정에서 갈등도 없지 않았다. 임 건축사와 건축주 윤 씨는 인터뷰 중 그 당시를 떠올리며 그래도 계획했던 건축물이 실물로 지어져 감회가 남다르다라며 웃었다.

소슴당인이라는 이름은 소슴당인의 합성어다. ‘소슴은 솟아오른 지붕의 모양(솟음)과 이 지역의 옛 이름 당인()’에서 따왔다. 인터뷰를 마치며 건축사와 건축주는 과정 중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너무 좋은 파트너를 만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서로를 추켜올렸다.

‘소슴당인’ 4층 지붕(설계=임승모 건축사 ·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작가)
‘소슴당인’ 4층 지붕(설계=임승모 건축사 ·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섭 작가)

다음은 임승모 건축사 그리고 건축주 윤명진 선생과의 일문일답이다.

임승모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임승모 건축사(사진=임승모 건축사)
임승모 건축사(사진=임승모 건축사)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려움은 특별하게 없었습니다. 클라이언트께 계획안을 보여 드렸을 때 계획안을 이해하시고 흔쾌히 수용해 주셔서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다만 전면도로가 협소해 접근이 어렵고, 인접대지의 건축물이 경계를 침범하고 있어서 설계 단계부터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디테일하게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Form Follows Possibility’ , ‘형태는 가능성을 따른다SML의 모토이자 모든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우리의 핵심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슴당인에서도 프로젝트의 여러 제약사항을 긍정적으로 해석하여 가능성을 담아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했던 것이 각각의 요소마다 반영되어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주거지역에 위치하는 소슴당인은 적용되는 법적 제한을 적극 받아들여 특징적인 볼륨이 되도록 계획했습니다. 정북방향 사선제한 면과 건물의 입면은 평행면을 유지합니다. 이렇게 뻗어나간 사면과 수직의 벽과 만나는 지점까지 방향성을 유지하고 끊김 없이 연장하여 솟아있는 볼륨과 뾰족한 내부 공간이 만들어지도록 했습니다.

Q. 이번 2022 건축문화대상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소슴당인(SOSEUM)2022Architizer A+Awards Popular(미국) Choice WinnerICONIC AWARDS ARCHITECTURE(독일)에서 WINNER를 수상했습니다. 이번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에서의 수상은 건축환경과 대지의 조건, 법적 제한 등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건축한 소슴당인의 의도와 모든 관계자들의 노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제가 이끌고 있는 SML의 이름이 소, , 대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다양한 규모와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흥미를 갖고 있으며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즐깁니다. 2023년에도 이전보다 흥미로운 작업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윤명진 건축주와의 일문일답

윤명진 건축주
윤명진 건축주(사진=윤명진 건축주)

Q. 처음 소슴당인건축을 고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상업 건축물 시공에 일가견이 있는 지인께서 먼저 제안을 해주셨어요. 제안을 듣고 생각해 보니 1층에 상업시설이 있고 위층에는 주거 공간이 있는 건축물이 있으면 좋겠다라고요.

Q. 임승모 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기신 이유, 그리고 건축 당시 특별히 주문하신 내용이 있나요.

임승모 건축사님과 원래 안면이 있던 사이였어요. 워낙 실력이 있는 건축사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설계를 부탁했습니다. 처음 제안해 주신 지인과 임 건축사님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고요. 그래서 제안부터 설계, 시공까지 우리 사이에서의 갈등은 없었습니다. 갈등은커녕 서로 자기 몫을 조금씩 양보하며 건축물이 잘 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지요.

Q. 건물이 지어진 뒤, 건축주 측에서 원하신 대로 건축물이 잘 이용되고 있는지요.

. 현재는 상업시설이 층층마다 들어서 있습니다. 1층에는 고급 로드바이크샵, 2층에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34층은 영유아한복디자인샵이 들어와 있습니다. 원래는 위층에 제가 직접 거주하려고 했는데 건축비용 때문에 아직 거주는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웃음)

Q 그리고 앞으로 건축물을 지을 것을 고민하는 건축주들에게 하실 말씀이 혹시 있으시다면? 건축물이 완성된 지금의 소감도 듣고 싶습니다.

건축주로서 새로운 건축물을 지어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는 경험은 정말 잊지 못할 소중할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한 번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아쉬웠던 점도 있는데요. 이미 주변에 거주하시던 분들과의 소통과 조율 그리고 관련 행정 당국과의 허가 절차 논의 등이 힘들었습니다. 저도 예상 못 했던 점이라 앞으로 건축물을 지을 생각이 있는 분들이 꼭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함께 힘을 모은 건축사와 시공사를 너무 잘 만나서 좋은 경험이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고요. 이분들 덕분에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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