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 ‘이용악 시선’ 곽효환 엮음/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2

1990년대 인사동의 ‘평화 만들기’라는 주점에 가면 그 집 벽에는 김지하 시인이 술에 취해, 한눈에 봐도 단숨에 휘갈겨 쓴 것이 분명한 이 시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정작 김지하 시인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취한 상태의 필체였다. 그래서 원문과도 조금 차이가 났다. 올해 겨울은 눈이 자주 내린다. 이 시에 나오는 백무선은 함경북도 백암과 무산을 연결하는 철길이다. 일제강점기 백무고원의 목재와 무산지역의 철과 석탄을 수송했다. 거기는 내 어머니의 고향이다. 한겨울 기온이 영하 48도까지 내려가고, 5월까지 눈이 녹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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