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 건축사
이승진 건축사(사진=이승진 건축사)

학창 시절부터 현업에 종사하는 지금까지 건축사가 자주 언급하고 다루는 단어 중 하나가 ‘공공성’이 아닐까 싶다.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이란 사전적 정의처럼, 모름지기 건축에 있어서 공공성이란 더욱 제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요소다. 그런 점에서 공공성의 구현은 건축사에게 친숙한 화두이고 공간을 계획할 시 응당 반영해야 할 요소이지만, 반대로 그것을 늘 담아내야 하는 일종의 콤플렉스가 되기도 한다.
종종 공(公)적 구현이란 설계습관을 지닌 건축사들이 민간건축을 접할 때 사적 개별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배분하여 설계할지, 나아가 이를 건축주에게 설득해야 하는 부분 등 여러 고민에 직면하기도 한다. 특히 자본과 수익성을 근간으로 하는 상업건물에 있어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필자가 설계하여 올 초에 준공한 근린생활시설은 운영 중인 지금에도 위와 같은 고민을 던지고 있다. 유명 관광지 해변이란 입지에, 대중들이 군집할수록 가치를 발휘하는 상업적 시설이었기에 설계단계부터 나름 공공성에 의미를 부여하며 계획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공공성 하면 ‘자본과 배타적인’, ‘공익적인’, ‘국가주도형태’로 정의되는 원론적 대상이지만 민간과 공공성이 만나는 상황에서는 그 모습과 무게가 달라지는 걸 느낀다.

‘지역의 일상성’, ‘쉽고 편안함’, ‘다양성과 재미’ 등 오히려 더 쉬운 명제 속에서 개별성(자본성)과 결부되어 더 나은 가치로 확장될 수 있음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체감했다. 또한 고층개발과 분양이란 양적 논리를 지양하고 저층개발을 지향한 건축주의 강한 의지도 가세하여 주변 시설과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공공적 풍경, 나아가 지역의 랜드마크를 그려내기에도 수월했다.

결과적으로는 위와 같은 고민들이 담겨져 무사히 준공할 수 있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올해 몇몇 건축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언론에 게재되고 대중에 회자되면서 느끼는 설계자의 영예는 순간이었지만, 반면 의도한 데로 기능하는지에 대한 기나긴 설계검증의 시작이기도 했다. 여러 번 현장을 방문하면서 설계 의도대로 움직이는 공공성 자체보다는 의도치 않게 자본과 어우러져 그 가치가 확장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건축주의 지속적인 지역에 대한 애정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공간을 채우려는 노력에서 공공과 자본이 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음에 기대가 된다.

공공보행통로나 공개공지 등의 법적 기부채납 공간, 오픈 스페이스, 도시를 끌어들인 내부광장, 가로 등 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한 미시적 계획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민간이나 상업건축 등 설계 대상에 따라 어떤 성격의 공공성을 부여할 것인지, 다른 요소와 접목되어 새롭게 해석되고 변모될 가능성을 타진할지를 건축사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공적인 공간이 지속될 수 있는 부분은 건축사뿐만 아닌 운영 주체와 나아가 사용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영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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