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문 건축사
고광문 건축사(사진=고광문 건축사)

삶의 절반 이상을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10층만 해도 높다고 생각했던 생활공간이 고층으로 이사를 한 뒤로는 더 높이 오르고자 하는 기대치가 생겼다. 편의성만을 생각한다면 사계절 불편함이 없는 지하주차장이 있고 야간에는 경비실에서 순찰을 돌아주며 주거공간에 문제가 생기면 관리소에서 웬만한 일은 해결해 주는 아파트가 편리하다. 반면에 단점 또한 많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위, 아래, 옆집 이웃도 잘 알지 못하고, 층간소음으로 인터폰 울리기를 반복한다. 단점을 감수하고도 공동주택의 편의성 때문에 아파트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아파트에 머물 예정이지만 가끔씩 전원주택에서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공동주택이 좋아진들 전원주택과 견줄 수 없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픈 인간의 욕구와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치 때문이다.  

80년대는 아파트 개발의 도약기로, 90년대까지 주거문화를 단숨에 바꿔버렸다. 친근한 이웃 간의 정을 나누던 골목길 대신 편안하고 편리한, 독립적인 생활을 제공하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변모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의 삶에 싫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흔들리기 시작한 주거생활의 변화는 인식 변화와 더불어 삶의 새로운 주거형태를 찾는 사람들의 요구로 바뀌어 가고 있다. 

신도시를 형성할 때마다 단독주택 부지는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졌고, 저마다 제 집 앞마당에 텃밭을 꿈꾸고 층간 소음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한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과 로망이 요즘 주거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로 다가온 것이다. 

아무리 편리한 주거공간을 선호한다고 해도 세상과 삶의 방식은 변하고 있다. 신도시를 계획하면서 기존 산림과 임야를 최대한 보존시켜 자연 친화적인 삶의 터전을 기획하고 있으며, 전원주택의 범위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전환해 힐링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귀농, 귀촌하는 인구가 점점 급증한다고 한다.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 개인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고 어느 정도 사회에서 정년을 맞이할 노년이 다가오면 점점 더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욕망이 커진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해방되어 은퇴를 맞는 때가 오면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과 정신적 여유와 심리적인 안정을 기대하게 된다. 

삶의 여유를 찾기 위해 전원주택을 선택하고 단지 편리하다는 조건만을 보고 아파트를 선택하기보다 구매 능력과 적절한 시기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인구와 사회, 경제적 여건, 주택시장의 변화를 고려 한 주거문화의 패러다임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충분히 예견하고 발맞추어 건축사들은 방향을 전환(Shift)시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