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외국인 근로자 살피고 지원
건축사 일하며 번 재원, 갈 곳 없는 이들 쉼터 제공에 ‘쾌척’

충청북도 청주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반갑게 모이는 곳이 있다. 그들 표현을 빌리자면 따뜻한 한 끼 온정을 느낄 수 있고, 긴장과 외로움에서 잠시 벗어나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명칭은 ‘외국인 사랑 나눔 지원센터’. 충청북도건축사회 소속 오정교 건축사가 아내 김수희 목사와 함께 황혼을 설계하고 있는 바로 그 곳이다.

“올해로 일흔아홉이 됩니다만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나요. 힘든 만큼 기쁨이 있고, 열정이 있어 내일이 기대될 뿐입니다.” 수화기 너머 환하게 웃는 오정교 건축사(성은 건축사사무소)는 올 한해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고 있는 건축사라는 직업에 감사했다. 2006년 센터 설립 이후 일상의 동반자가 되어 온 외국인 근로자들을 지역사회 일원으로 변모시켜 온 오정교 건축사를 만나봤다.

충청북도 도민대상을 수상한 오정교 건축사(우)가 김영환 충북도지사(좌)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충청북도건축사회)
충청북도 도민대상을 수상한 오정교 건축사(우)가 김영환 충북도지사(좌)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충청북도건축사회)

Q. 최근 충북도청에서 열린 ‘충청북도 도민대상’ 시상식에서 지역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충북도민대상’을 수상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하신지요.

좀 부끄럽습니다. 나서는 성격이 되지 못해 조명을 받는 게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는 확실해졌어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과 지역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되어 스스로에게 격려와 의미부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상식장에서 심사위원 한 분이 저를 추천한 서류가 제출자들 중에서 가장 얇았지만 울림과 시사하는 바는 가장 컸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참 감사하고, 한편으로 책임감도 더욱 커집니다.

Q. 외국인 사랑 나눔 지원센터가 2006년 설립됐지만 사실은 그 전부터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또 센터 설립 후 최근까지 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사회복지차원의 지원회’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은데요. 활동은 2003년 3월 1일 시작됐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제도권 밖에서 지원활동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2006년 비영리단체인 ‘외국인 사랑 나눔지원 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센터에서는 매년 외국인근로자들과 설날을 함께 보내고, 어린이날에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며, 여름에는 함께 나들이를 갑니다. 매주 일요일에는 제가 직접 진천과 증평 등을 찾아 근로자들과 함께 무료급식소를 운영합니다. 하루 4시간가량 운전을 하는데 저를 반가워하는 그들이 있는 한 계속 찾을 생각입니다.

교육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타지 생활 설움은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어 교실, 한국문화 체험교실을 운영하면서 근로자들의 정서적 안정과 일터에서 활기차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직장과 거주지를 구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되는 쉼터도 운영합니다. 쉼터에는 한 달 평균 2~3명이 꾸준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사랑 나눔 지원센터가 벌이는 교육활동에는 한글교실이 있다.
외국인 사랑 나눔 지원센터가 벌이는 교육활동에는 한글교실이 있다. (사진=오정교 건축사)

Q. 애로사항도 있을 텐데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보니 불현듯 사람에 대한 상처가 생기더군요. 수년 전 울면서 센터를 찾은 30대 몽골인 임신부가 있었습니다. 출산이 임박한 그녀를 위해 산부인과를 수소문해 병원 도움으로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게 출산케 하고, 쉼터에서 산후조리도 잘 마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잠시, 어느 날 아이를 쉼터에 둔 채 잠적해버리더군요. 그 순간은 참 서운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우여곡절 끝에 시설에 보내져 아픈 손가락으로 기억되지만 어쩌겠어요. 우리의 역할은 그들을 품어주는 일 뿐….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사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 생기는 수익 대부분이 이곳 운영비로 쓰입니다. 40인분의 무료급식, 쉼터 운영이 그냥 이뤄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정을 듣고 충청북도건축사회와 청주지역건축사회에서 매년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번 씩 쌀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충청북도청 역시 꾸준히 지원해주고 있으며, 대한건축사협회에서도 도움을 받은 바 있습니다.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참 많습니다.

Q.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앞으로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2년 6월 기준 170개국 144만 명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에서 일을 합니다. 이들 중에는 미숙련, 원활하지 않은 소통으로 퇴직을 강요받는 경우가 빈번하고, 그렇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범죄의 길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 땅에서 소외받지 않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혹자는 어리석고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생을 마치면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물질적인 풍요는 사치나 다름없게 됩니다. 베풀면서 소통하는 것이 인생의 기쁨이고, 앞으로 기쁨과 열정을 찾는 일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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