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 플레이어
- 송승환
사과가 있다
푸른 사과 거의 둥글고 파란 사과
가까스로 둥글고 연푸른 사과
기어이 둥글고 작은 초록 사과
쟁반에 담긴 청록 사과
물감과 물감을 섞는다
푸른색에서 노란색까지
노란색에서 푸른색까지
물을 더 섞는다
사과가 있다
- 송승환 시집 ‘클로로포름’/ 문학과지성사/ 2011년
존재는 연기(緣起)다. 김아타는 그래서 서구인식론과 달리 존재는 ‘실재’가 아니라 ‘사라짐’으로 정의한다. 사과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사과라는 물리적 실재를 말하는 것일까? 그것을 인식하는 방식의 문제일까? 만일 둘 다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 걸까? 사과를 정의할 만한 색의 문제와 형태의 문제를 늘어놓는 것으로 사과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사과가 있다고 알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재생하고 있는 걸까?
함성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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