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팩토리 이은 네이버 제2사옥,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건축물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축적된 경험으로 新 개념 사옥(社屋) 건축
네이버 1784 완공 이후, 스마트빌딩 시장 본격 참여 추진

국내 건축 문화를 이끌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했던 한국건축문화대상,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열두 번째 작품은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 네이버 1784’이다.

네이버 1784(사진=네이버)
네이버 1784(사진=네이버)

네이버 제2사옥 네이버 1784’. 이전에는 없었던 최초 로봇 친화형 건축물이라는 콘셉트를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그간 축적된 경험으로 설계해 현실로 구현한 결실이다.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위원단은 기존 사옥(社屋) 개념을 모두 뒤집은 이 건축물에 민간부문 대상을 선사했다.

‘1784’는 전통적 의미의 사옥이 아니다. ‘사옥하면 보통 사무공간이 층별로 촘촘히 자리 잡은 건축물을 떠올리게 되는데, ‘1784’는 그러한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새로운 건축물이다. 로봇이 건축물 이곳저곳을 누비며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며 곳곳마다 네이버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추진 중인 여러 기술을 부지런히 테스트한다. 와이셔츠와 넥타이보다는 티셔츠와 청바지가 더 어울리는 분위기, 층층마다 마련된 여유 공간은 공간의 성격을 하나로 규정짓지 않고 시기마다 옷을 입는다. ‘1784’는 대한민국 대표 포털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는 네이버 여러 기술들의 시험장인 동시에 새로운 업무환경 표준을 제공하는 전혀 다른 의미의 사옥인 것이다.

택배가 입고되면 수령인에게 알림을 보내고 예약 시간에 맞춰 배달해 주는 로봇 루키(사진=네이버)
택배가 입고되면 수령인에게 알림을 보내고 예약 시간에 맞춰 배달해 주는 로봇 루키(사진=네이버)

지난 4월 그 모습을 드러낸 뒤 8개월, 네이버는, 첫 사옥 드림팩토리 바로 옆에 같은 모양으로 자리 잡은 이 건축물을 통해 로봇과 함께하는 새로운 업무방식에 대한 실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네이버는 ‘1784’ 완공 이후 스마트빌딩 시장 진출도 선언했다. 네이버는 ‘1784’에 적용한 5세대(5G) 특화망과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ARC’를 활용해 기존 건물을 미래형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1784’2023년 완공 예정인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AI, 클라우드, 5G, 디지털트윈 등 첨단 기술을 융합했다. 현재 1784에선 자율주행로봇 루키와 얼굴인식을 통해 시설 이용이 가능한 클로바 페이스사인, 자동으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공유하는 클로바노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1784’ 사례를 상용화해 기존 다른 건물들도 미래형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1784ARC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처럼 기존 건물들도 네이버의 핵심 기술을 도입해 OTA(over the air)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784’가 최첨단 스마트빌딩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최근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스마트 도시 건설 프로젝트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을 ‘1784’에 초대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현재 1784를 돌아다니는 로봇 루키(Rookie)와 이를 제어하는 ARC, 그리고 이들의 원활한 업무를 지원하는 로봇 인프라(로보포트, 로봇 출입도어, 5G ) 시설은 설계 초기에는 실험실에만 존재했던 기술이다. 설계 업무를 총괄한 이주병 마스터 등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팀은 이 기술을 건축과 접목해 멋진 건축물로 만들어 냈다.

설계 실무를 총괄한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이주병 마스터(영국 건축사)설계부터 완성까지 끊임없이 전인미답(前人未踏, 앞서 아무도 밟지 않음)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즐거운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 다음은 이주병 마스터와의 일문일답이다.

이주병 마스터와의 일문일답

이주병 마스터(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이주병 마스터(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먼저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네이버 제1사옥 그린팩토리 건축을 계기로 저희(.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네이버의 파트너십이 시작됐고, IT 스타트업, 벤처, 파트너사 등 개발자들의 성장을 돕는 IT 서비스산업 플랫폼을 구상해왔던 네이버는 2013년 이를 실현할 파트너로서 제1사옥 설계사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 1784 설계를 요청해 왔습니다.

최근 '네이버 1784'에 들르신 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때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202212) 현재도 네이버 1784에 머물며 1사옥 그린팩토리 리모델링 설계 및 시공사 입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설계하고 감독한 건축물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사용하는 흔치않은 기회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1784라는 생소한 공간환경을 접한 분들의 다양한 평가에 마음 졸인 적도 있지만, 자신의 손으로 완성한 공간을 직접 체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디자인 의도에 맞게 잘 사용되고 처음엔 생소했을 공간이지만 이제는 익숙하게 사용하시는 네이버 임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어떤 포상보다도 소중했고 앞으로의 건축적 지향점을 확고히 하는 큰 배움이었습니다.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건축은 사람을 병들게 만들 수 있고, 건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즉흥적이고 개성 있는 창의성을 지키고 존엄성을 회복하게 할 수 있는 건축사, 자연과 건축이라는 인공물의 조화를 만드는 건축사로서 사람을 건강하게 하고,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자연으로 돌려줄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담을 수 있도록 준비된 비어있는 건축이 저의 지향점입니다.

이번에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받은 소감 그리고, ‘1784’가 어떤 건축물로 기억됐으면 좋겠는지 듣고 싶습니다.

네이버 1784'17년 프로젝트 팀에 합류한 이후로 현재까지 프로젝트 디자이너이자 리더로서 제 둘째 딸처럼 애지중지하며 키운 프로젝트입니다.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 돼 너무 감사합니다. 건축을 건축답게 완성하는 것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다양한 ICT 기술이 건축과 하나 된 건축-기술-사람-로봇이 하나로 연결되고 융합되도록 키우기 위해 생소한 기술을 배우는 도전과 일상을 변화시킬 새로운 건축을 만들 수 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테크 컨버전스를 위한 저의 여정은 이제 마무리되었지만 네이버 1784는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건축물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초석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건축적 지향점과 같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건축, 다양한 변화를 담을 수 있도록 준비된 그런 건축물에 관심이 많습니다. 비어있는 건축을 위해 스마트그린 기술이 융합된 공간플랫폼을 만드는 탐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플랫폼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건강한 건축, 건강한 삶을 만드는 건축사의 소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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