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마티 출간 ‘건축 생산 역사’ 1∼3권
미적 의미 찾는 질문 벗어나 건축 빚어내는 요소 짚어

고대 이집트부터 현재에 이르는 서양 건축의 역사를 담은 총 세 권의 건축 생산 역사(박인석 저, 마티, 2022.09)’는 명지대학교에서 20년 넘게 건축생산기술사과목을 강의해온 저자의 오랜 강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지낸 저자 박인석 명지대학교 교수(건축학부 건축학전공)의 전공은 주거 건축이다. 저자는 주거 건축은 그 발주 주체, 정치경제적 맥락, 도시계획, 형태를 두루 살펴야 하는 분야인지라 건축 생산 전반에 관심을 두게 됐다건축의 미적 의미를 찾는 편협한 질문을 벗어나 건축을 빚어내는 영향 요소를 짚어내고자 했다는 집필 의도를 밝혔다.

책은 건축의 역사를 생산과 기술, 구조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은 미적 관점에서 건축을 바라보는 양식사를 탈피해 건축의 주체, 경제조건, 기술 등을 포괄하고 있으며, 건축을 빚어내는 영향 요소를 짚어내고자 한다. 13권의 소제목은 각 고대의 단절과 고딕 전통의 형성’, ‘만들어진 전통: 고전주의의 성립과 붕괴’, ‘더 나은 세상을 향하여: 모더니즘 건축의 향로.

1권에서는 최근 연구 성과를 토대로 로마 건축의 정점으로 묘사되곤 하는 판테온이 어떻게 2,000년의 세월을 견딜 수 있었는지, 또 왕족이나 귀족, 교회가 아닌 새롭게 등장한 시민(부르주아) 계급이 발주한 시청사, 길드홀, 주식거래소 등 양식에 주목하는 다른 건축사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건물들에 주목한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고전주의는 르네상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단언한다. 2권에서는 이 만들어진 전통이 전 유럽의 절대왕권으로 어떻게 스며들어갔는지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추적한다. 3권에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세기 건축과 도시의 근간이 된 모더니즘 건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책에는 무려 1,000여 컷에 달하는 도판이 곁들여져 건축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13권으로 이루어진 건축 생산 역사는 사회 지배 구조, 기술 발전, 예술 사조와 건축의 관계를 촘촘하게 엮고 있으며, 그간의 양식사 중심의 서양 건축사가 감추고 있었던 질문을 전면에 꺼내들며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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