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지표 경기침체·불황 가리켜
공식화된 내년 ‘경기후퇴’ 전망

최근 국내외 주요기관 1%대 저조한 성장 예측
각종 국책·민간연구기관 “경기둔화 가능성 높아”

내년과 20242년간 업황이 아주 안 좋을 것 같다.”
집짓기 최근 상담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연말 때쯤이면 많은 건축사사무소가 내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 요즘 건축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심상치 않다. 자재비 원가가 뛰어 공사비가 상승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난과 미분양 급증으로 인한 건축·주택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 내년 건축경기 전망도 급속히 얼어붙는 모양새다.

경기둔화 우려로 인한 체감경기는 각종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130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건설수주(경상)주택 등 건축이 전년 동월 대비 -47.8%로 반 토막 났다. 또 전 산업생산(농림어업 제외, 계절 조정) 지수는 115.4로 전월보다 1.5% 감소했다. 전 산업생산은 7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감소폭은 코로나 여파가 영향을 미친 20204(1.8%) 이후 가장 컸다.

부동산 시장에 주택을 공급하는 민간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택사업 경기지표 역시 2014년 조사 이래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달 14일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5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달 수도권 주택사업경기 전망지수가 37.0으로 10(47.8)보다 10.8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PF부실 우려, 건축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뜩이나 체력이 부실해진 상황에서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이 치명타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경기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는 국고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명확히 불황을 가리키고 있다. 12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548%, 10년물 금리는 3.424%를 나타냈다. 단기물 금리는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장기물 금리는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예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현상은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7월 이후 약 14여 년 만에 지난 9월 중순 처음 나타나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해 각종 국책·민간연구기관들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춰 잡고 있다. OECD1122일 한국과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이 담긴 경제전망보고서를 공개하며, “한국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이유로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민간 소비 위축,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 압박 등을 꼽았다. 특히 증가하는 부채상환 부담이 주택가격 조정을 가속화할 수 있으며, 일부 기업 부실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다. OECD,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내년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각각 1.8%, 2.0%, 2.3%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 국내 연구기관 중에선 한국개발연구원(KDI)1.8%,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각각 1.7%, 1.9%로 전망치를 내놨다.

문제는 내후년인 2024년에도 성장률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OECD2024년 세계경제가 2.7%, 한국 경제는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경제가 2년 연속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는 셈인데, 글로벌 경기둔화로 내년 경기 반등요인이 뚜렷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가 물가는 높은데, 경기는 침체에 빠지는 악질적인 불경기상황,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위험에 상당 기간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우리 경제가 1%대 이하 성장을 기록한 적은 대규모 경기위기였던 1998(-5.1%), 글로벌 금융위기 2009(0.8%),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0.7%)이다. 한국은행이 1954년 성장률을 집계한 이래 1%대 이하 침체는 모두 1년에 그쳤다.

서울시의 A 건축사는 최근 건축 인허가 추이를 살펴볼 때, 침체 전 둔화 국면이라 생각된다내년도 경기하락 예상에 요즘 특히나 설계공모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곳은 딱 봐도 들어가면 안 될 것처럼 보이고, 그나마 심사위원 면면이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공모는 몇십 명씩 제출을 해서 경쟁을 하니 연말이 심란하다고 전했다.


B 건축사는 건축사들의 주요 매출 창구인 설계발주 과정 중 설계공모 모순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최근 LH주도의 세종 시립어린이도서관 설계공모의 경우 건축작품을 선발해야 하는 것임에도, 전체 심사위원 7명 중 건축사는 단 두 명에 불과하고 구조나 기타 분야가 심사위원을 하는 상황이다. 정부 및 발주기관에서 이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전면적인 개선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조동철 원장은 내년 경제전망과 관련해 내년에는 올해 많이 했던 금리인상 시차효과가 나타나 실물 경제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조정 기간이 좀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협회 90%에 해당되는 510인 또는 1인 건축사 업무환경이 내년 더 위축될 수밖에 없어 협회 내부연구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고, 동시에 정부·국회와 협력하여 외부변화에 취약한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를 위한 정책 개발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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