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단체가 파업을 하고 시위를 할 때마다 건축사들의 업무대가와 자부심을 위해 우리 건축사들은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할지 묻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건축사의 업무가 얼마나 중요하고 큰 책임을 가지는지 알리기 위해 모두 함께 광장에 나가 외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건축사에게 직면한 다양한 문제는 대부분 적정 설계비를 받으면 해결될 수 있다. 임금도 오르고 건축학과의 위상이 높아지며 건축사사무소 취업률도 높아질 것이며, 설계 과정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많아져 건축주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 것이다. 미국은 공사비 대비 설계비가 우리보다 높은 것에 더해 민간건축 설계비도 공공건축 설계비와 비슷하며, 전문성과 인지도를 가진 건축사는 공공보다 높은 민간건축 설계비를 받기도 한다. 그들의 업무 결과물을 살펴보면 설계비의 차이가 만드는 결과물의 차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고 적은 비용을 받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경제논리로 볼 때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건축주들은 설계과정에 따라 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이 달라질 수 있고, 최종적인 결과물에 대한 충분한 협의와 검증을 거칠 수 있음을 모르고 있다. 건축주에게 원래 설계과정에 해야 하는 업무가 어떤 것이 있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원래 얼마이며, 그중 어떤 업무가 생략되면 금액이 얼마만큼 조정될 수 있는지, 설계비가 올라가면 결과물이 어떻게 좋아지는지 설명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대한건축사협회 차원에서 다양한 연구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모두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변화는 더디고 그 기간 동안 건축사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된다. 나만 설계비를 올리면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없다는 걱정 때문에 덤핑경쟁에 합류하는 것이 아닌 개선을 위한 목소리에 합류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모두가 이를 지키도록 노력하고, 좋은 작품을 하는 유명한 건축사는 좋은 작품을 위해 높은 설계비를 받는 것을 많이 언급해 주는 것이 우리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 아울러 과정 중에 발생하는 추가업무, 건축주의 승인 이후에 발생되는 변경업무 등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가를 요청하는 것이 받아들여지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래야 건축이 좀 더 건축사의 깊은 생각을 담고 수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달로 다가온 2023년 새로운 한 해는 세계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업무량이 줄어드는 위기가 설계비가 정상화될 기회가 되길 바란다. 사무소 운영이 어려워질 만큼의 상황이 된 후 조금씩 올리면 늦는다. 언제까지 우리 업무의 결과물들을 저가로 팔아야 하는가.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함께 노력해야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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