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

일상에서 9900원, 1만9900원 형태의 가격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1만원, 2만원보다 싸게 느껴지도록 해 판매량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전략이다. 1만원보다 불과 100원 저렴한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은 1만원보다는 9900원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가정에서 이런 가격을 채용하는 조직들이 많다. 학계에서는 이런 접근을 ‘바로 아래 가격 전략(just-below pricing strategy)’라고 부른다. 
9900원 가격 전략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접근도 있다. 첫째는 '왼쪽자릿수 효과(left digital effect)'다. 사람들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보를 인식하기 때문에 1만9900원이 2만원보다 훨씬 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반적 연상(lay association)’이다. 워낙 많은 기업들이 9900원 전략을 쓰기 때문에 1만원이나 2만원 보다는 그 아래 단계 가격이 할인가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너무 흔하게 관찰되고 있고 어쨌든 싸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9900원 전략이 무조건 타당한 것 같다. 하지만 이승윤 건국대 교수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에 흥미로운 해외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이런 가격 전략의 덫을 소개했다.
오하이오대 연구팀의 최신 논문 핵심은 9900원 가격 전략이 더 높은 가격 옵션을 선택할 확률을 낮추는 명확한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몰 사이즈 커피 95센트, 라지 사이즈 커피 1.20달러>의 가격 책정 전략을 사용했을 때보다 <스몰 사이즈 커피 1달러, 라지 사이즈 커피 1.25달러>로 제시했을 때 라지 사이즈를 선택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전자의 조건에서 라지 커피 비율이 29%, 후자 조건에서는 56%였다. 마스크팩 등 다른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한계점 넘어서기 효과(threshold-crossing effect)’ 때문이라고 한다. 99센트로 가격이 책정되면 무의식적으로 1달러를 넘어선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지만, 1달러로 가격을 정하면 2달러가 심리적 저항선이 되기 때문에 1달러대 가격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고객들의 구매 의사 결정에서 가격은 매우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많은 조직에서 가격 책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고객들의 구매 의향을 극대화하면서 여러 다양한 상품 옵션들 중 조직의 목적 달성에 가장 도움을 주는 최적의 가격 구조를 고민해봐야 한다. 특히 상위 제품 옵션의 판매가 매우 중요한 경우라면 9900원 가격 전략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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