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 CC 내 대지, 고급 주택들 사이 ‘검소하지만 화려한 집’
설계자 최홍종 건축사 “‘검이불루 화이불치’ 떠올리며 열려있는 집 고민”
건축주 라이프 스타일 맞춘 설계, 사적·공적공간 조화 이뤄

국내 건축 문화를 이끌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했던 한국건축문화대상,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열 번째 작품은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우수상 ‘아미재(마당통하는집’(설계자 최홍종 건축사)이다.

마당 통하는 집-아미재_설계자 최홍종 건축사(건축동인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식
마당 통하는 집-아미재_설계자 최홍종 건축사(건축동인 건축사사무소) 사진=신경식

기자는 10년 전부터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기사라고 하면 기-승-전-결을 갖춰야 했고, 보통 A4용지 한 바닥은 채워야 그래도 기사 형식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세줄 요약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서사를 펼치는 기사보다 개조식으로 핵심만 담는 기사를 원하고 사진도 필수가 됐다. 아무리 잘 쓰더라도 일단 길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시절이 됐다.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그 시점에서는 최선의 설계였더라도 세월에 따라 ‘최선’의 개념은 바뀌게 마련이다. 그래서 건축사로서의 진정한 공부는 첫 건축주로부터 설계의뢰를 받으며 시작된다는 말도 있다.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주거부문 우수상을 받은 ‘마당통하는집(아미재)’를 설계한 최홍종 건축사(건축동인건축사사무소)는 세월의 변화에 따른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그것을 실제 설계에 적용하는 건축사다.

‘건축사’가 된 지 20년이 흐른 시점에서 설계한 이 건축물은 20년 동안 계속해서 시대에 발맞춰 진보했던 그의 건축세계가 녹아든 작품이다.

최홍종 건축사가 건축주의 의뢰를 받고 찾아간 대지는 남서울컨트리클럽 안에 있는 단독주택 단지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소위 명당자리에 있는 이 단지에는 꽤 긴 시간을 두고 한 채 한 채 집들이 하나하나 지어지고 있었다. 지어지는 집마다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건축주는 이곳의 다른 집들처럼 돋보이기보다는 조용한 집짓기를 부탁했다.

최 건축사는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듣고 단지를 돌아보는 내내 머릿속에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검이불루 화이불치’란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의미다.

“먼저 가로(街路)와의 관계부터 생각했어요. 거기서부터 설계가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 건축사는 주위 다른 집들을 보면, 마당과 길이 담을 쌓고 분리돼 있어 어떻게든 마당과 길이 통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필로티 개념을 도입해 마당이 길과 통하면서 프라이버시도 확보하는 답을 떠올렸다.

공간 배치는 건축주가 이 집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인터뷰 후 진행됐다. 최 건축사는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후 노부부 둘이 이용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방문객들이 오면 편하게 휴식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많이 계획했다. 전체적인 구성은 2층에 주인 내외가 사용할 침실과 서재, 그리고 손녀가 다니러 오면 쓸 손녀 방을 계획했고, 1층에 주거실을 배치하고 후면부 침실은 게스트용으로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최 건축사는 “근처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돼, 지나면서 마당통하는집을 보게 됐는데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잘 관리되고 있어 흐뭇하다”며 “건축주도 너무나 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하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설계자 최홍종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최홍종 건축사 일문일답
 

최홍종 건축사
최홍종 건축사

Q. 마당통하는집과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주택 설계를 꾸준히 많이 해왔습니다. 물론 아파트나 공동주택 설계도 많이 했지만, 특히 고급주택 설계가 제 주요 프로젝트가 된 상황이었어요. 그러던 차에 아시던 분 소개로 해서 인연이 됐습니다.

Q. 건축주님과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어떠셨는지요?

건축주를 처음 만났는데 뭐랄까 굉장히 교감이 통했다 그럴까요.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 물어보니 “이 동네가 전부 화려한 집들밖에 없는데 화려하지 않고 조용하고 단정한 집을 짓겠다”고 하셨어요. 아시겠지만 주위 화려한 집들이 많은데 이 공간에 어떻게 튀지 않게 집을 지을 수 있을까, 해서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콘셉트를 잡고 설계에 돌입했습니다.

Q. 설계를 하시면서 특히 중점을 두신 부분이 있다면?

처음부터 가로와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사적인 공간은 철저하게 막으면서 시선이 비껴가는 공간을 서로 열어야겠다 해서 필로티 형식을 도입해 마당이 길과 통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그 공간이 너무 잘 쓰이고 있다고 하셔서 참 만족스럽습니다.

Q. 5년 전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이 건축사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는 게, 그동안의 저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제 건축 인생에 커다란 이정표가 된 느낌입니다.

Q. 처음 건축을 시작하실 때 그리고 25년이 지난 지금 설계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는 점이 있다면요?

처음 건축사가 돼 설계를 시작할 때는 “집에 소리를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소리와 함께 하는 공간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경험을 쌓을수록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너무 공간이나 설계 완성도만을 생각했다고나 할까요. 공간을 중심에 놓으면 거기 사는 사람들이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쉬운 건축’을 지향합니다. 거기 사는 사람들이 공간을 잘 인식하고 살아갈 수 있게, 공간과 공간과의 관계를 명약관화(明若觀火)하게 볼 수 있도록 잘 정하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쉬운 건축이라고 해서 설계를 쉽게 대충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쉬운 건축이 되려면 설계는 더 꼼꼼해야 하거든요. 시공 과정까지 생각해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는 설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관심을 갖고 계신 주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최근에는 시공법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금리도 오르고 경제 사정도 안 좋아지면서 공사비 부담 때문에 집짓기를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설계비, 인건비, 그리고 자재비 등을 줄일 수는 없고 결국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시공법만이 답이더라고요. 어떤 시공법으로 건축해야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지를 건축사들도 알아야 설계단계부터 그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에 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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