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준 변호사
송봉준 변호사

앞선 회에서 건축사가 상인인지 여부를 보기에 앞서 이미 ‘상인성’ 여부에 대한 판례가 있는 전문직역인 변호사와 의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일단 이 ‘상인성’의 개념에 대해 보다 정확히 할 필요가 있는바, 정확하게 표한하면 ‘건축사는(의사는, 변호사는) 상인인가’라는 질문이 아니고 ‘건축사는(의사는, 변호사는) 상인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답입니다. 즉 어느 전문직이건 자신의 전문 직역의 직무를 ‘상인적 방법’으로 하지 않을 때에는 상인이 안 됩니다. ‘상인적 방법’에 대해서는 뒤에서 말씀드리는 바, 판례는 ‘변호사와 의사는 설령 상인적 방법으로 의료업과 변호사업을 하더라도 상인이 될 수 없다’ ‘상인이어서는 안 된다’라고 판시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두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거론되고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건축사로 돌아와 건축사가 ‘상인적 방법’으로 건축사업을 하면 상인이 될 수 있는가에 관하여는,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현재 건축사가 상인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명백한 판례는 없는 상황이지만, 본 글을 쓰기 위하여 다양하게 알아보고 다른 변호사님들과 논의한 결과, “건축사는 상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은데, 결코 건축사 직무가 변호사의 직무나 의사의 직무에 비하여 ‘공공성’과 ‘윤리성’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므로 기분 나빠하시거나 오해는 없으시기 바랍니다.

일단 상법상의 ‘상인’이 어떤 것인지부터 보겠습니다. 상법 4조는 ‘자기 명의로 상행위를 하는 자를 상인이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상행위’는 상법 46조에 22가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상인의 개념과 범위가 너무 좁습니다. 그래서 상법은 5조 1항에서 ‘의제상인’이라고 하여 ‘점포 기타 유사한 설비에 의하여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자는 이 22가지에 해당하는 상행위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상인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의제상인’ 규정과 개념에 의해 상인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입니다.

의제상인의 요건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첫째 요건이 ‘점포 기타 유사한 설비에 의하여’인데, 이는 매장 기타 장소적 설비와 상업장부, 상호, 영업보조자 등을 갖춘 것을 말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의사, 변호사, 건축사가 사실 이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들 사무실(병원 건물, 변호사 사무실, 건축사 사무실 등)이 있고, 사무를 보는 남녀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병원 이름, 법률사무소 이름, 건축사사무소 이름 등 상호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 변호사나 건축사가 여러 사정상 사무실을 따로 내지 않고 자기 거주지 집을 사무실로 이용하고, 휴대폰 외에는 다른 전화도 없이, 다른 직원도 고용하지 않고(의사는 이런 경우를 상상하기 힘듭니다만) 취미 삼아, 사회 봉사활동 삼아 설계를 하거나 변호사 사무를 한다면, 이 경우에는 위에서 말하는 요건이 부족하여 의제상인이 될 수 없습니다만, 이런 극히 예외적인 경우는 논외로 합니다.

둘째 요건은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자’인데, 이 개념은, 그냥 취미나 봉사활동이 아니고, ‘영리의 목적으로 같은 종류의 행위를 반복, 계속적으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짐작건대 99% 이상의 다른 전문직역 전문가들도 이 영리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보면, 대부분의 개인병원, 변호사 사무실이 다 의제상인의 요건을 갖춘 듯하나, 대법원은 이들 직무의 ‘공공성’ ‘윤리성’ 및 관련 법령(의료법, 변호사법 등)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의사나 변호사는 상인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필자가 다른 변호사님들과의 논의와 자료 검토 등을 통해 어째서 ‘건축사는 상인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에 관하여 그 핵심적 논거는 건축사가 법인의 형태로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를 할 때 ‘주식회사’의 형태로 설립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법에 의할 때 ‘주식회사’ 등 ‘회사’라는 이름을 가진 법인은 그 자체로 상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법 제5조 2항 “회사는 상행위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상인으로 본다”) 반면 의사나 변호사가 법인의 형태로 의료를 하거나 변호사업을 할 때에는 ‘회사’ 형식이 아니고 ‘의료법인’이나 ‘법무법인’을 설립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추가적인 설명은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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