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경 건축사
송혜경 건축사

오랫만에 대한건축사협회 누리집에 들어가 봤다. 필자는 부끄럽게도 협회 누리집을 1년 2~3번 찾아볼 정도로 가까이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 누리집도 마찬가지다.) 바쁘다는 핑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협회 누리집이 나의 관심사를 끌지 못해서 일 수도 있고, 어떤 내용이 있는지 잘 몰라서 일 수도 있다.
근래 건축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었던 것 같다. 서로의 의견과 이해관계가 달라 나뉘었던 건축사들은 이제 개인의 판단과 관계없이 대한건축사협회 회원으로 활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부 건축사들은 왜 이 제도권 안에 들어오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각각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협회에 내야 하는 입회비·월회비가 부담이 되거나 협회가 내가 낸 회비만큼의 대가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닐까? 일각에서는 협회에 회비를 내지 않는 건축사는 협회의 노력에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양쪽 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필자도 개업 초창기 바로 협회에 가입하지 못했다. 우선 입회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개업 준비를 위해 사무실 보증금과 사무실 가구·집기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 처음으로 거액을 대출하였었고, 매월 상황이 불안했다. 감리업무를 하거나 세움터 작업을 하는 일도 거의 없었기에 협회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다 직원으로 근무했던 예전 사무소 대표님의 권유로 구건축사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대한건축사협회에 가입했다. 막상 발을 들여보니 많은 건축사님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재능기부에 가까운 활동들을 하고 계셨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알지 못했던 일들이 정말 많았다. 또한 활동을 하며, 여러 건축사님들을 알게 되며,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아군(?) 건축사님들이 생겼다.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 건축사법이 통과돼 8월 4일 시행됐다. 이제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면 신고일로부터 15일 이내 가입을 해야 하며, 법 시행일 이전 협회 미가입 건축사는 2023년 8월 3일까지 가입해야 한다. 정해진 기간 내에 가입을 못하면 국토부의 징계대상이 된다고 한다.

필자는 위 내용이 조금은 냉정하게 들리고, 불편하게 생각되어진다. 협회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노력들이 건축사들에게 잘 닿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러한데, 앞으로 가입을 해야 하는 건축사들에게 15일이라는 짧은 기간과 징계라는 단어가 호감으로 와닿지는 않을 것 같다. 가입 회비가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운 비용일 수도 있다는 것을 협회는 헤아려 보았으면 한다. 또한 어려운 건축사들을 위한 구제책도 마련했으면 한다.

대한의사협회 누리집에 들어가 봤다.
“의료전문직 수호에 앞장서겠습니다” “건강보험 패러다임을 ‘적정수가’로 바꾸겠습니다” “의협이 개원의만이 아닌 전 직역을 아우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건축사협회나 의사협회나 고민거리가 비슷한 것 같다. 협회 각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 봉사 중인 선배건축사님들의 노력이, 열정이 적잖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노력들이 다 드러나지 못하고 있으며, 오늘날 젊은 건축사들의 어려운 상황을 근접하여 살피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필자의 신조 중 하나가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요구하지 말자’는 것이다. 과연 나는 지금 협회에서 오랜 시간 봉사하는 선배님들의 노력을 쫓아갈 수 있을까? 감히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결국 앞선 선배님들께서 나서주셔서 두루 함께 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달라는 요청을 드린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사랑은 후배님들께 갚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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