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 발표
민간부문 ‘네이버 1784’, 주택부문 ‘세종 한신 더 휴 리저브Ⅰ’ 수상 영예
신진건축사부문 대상에는 ‘종암 스퀘어’

‘역사의 그릇’인 우수 건축물을 발굴하고, 우리 고유 건축문화를 창달한 주역을 찾아 시상해온 한국건축문화대상 2022년 수상작이 발표됐다.
12일 한국건축문화대상 각 부문 수상작이 공식 누리집을 통해 발표됐다. 건축물 부문에서는 사회공공, 민간, 주택 각 부문별로 대통령상이 주어지는 대상 3점과 국무총리상이 주어지는 본상 3점 그리고 우수상 11점이 선정됐다.

먼저 대상에는 ▲사회공공부문 신길중학교(설계자 이현우, (주)이집건축사사무소)가 ▲민간부문 네이버 1784(박도권, (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주택부문 세종 한신 더 휴 리저브Ⅰ(김현호, (주)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최재영, (주)케이디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이 선정됐다.

본상은 ▲사회공공부문 충남 내포 혁신 플랫폼(박종훈, (주)비컨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 ▲민간부문 논스페이스(정웅식, (주)온건축사사무소) ▲주택부문 영주 뜬 마당집(박윤경, 매트건축사사무소)이 각각 수상했다.

대한건축사협회장상 등이 수여되는 우수상에는 사회공공부문 4점, 민간부문 4점, 주택부문 3점이 수상했다. 사회공공부문에서는 ▲김근태 기념 도서관(홍규선, 여느건축디자인건축사사무소) ▲맘껏하우스(최정인, 일상건축사사무소) ▲체인지업 그라운드(김동근, (주)포스코에이앤씨건축사사무소, 장윤규 운생동건축사사무소(주)) ▲스페이스미조(박석희, (주)네츄럴시퀸스건축사사무소)가 수상했다. 민간부문에서는 ▲잔월(강해천, (주)지랩건축사사무소) ▲삼진제약 마곡 연구센터((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김찬중, (주)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ST송은빌딩((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Pierre de Meuron, Herzog & Meuron) ▲길동 채움(민현준, 엠피아트건축사사무소(주))가 수상했다. 주택부문에서는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강봉수, (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워킹인써클(김건철, 스마트건축사사무소) ▲단단 기숙사(이주한, (주)피그건축사사무소)가 각각 수상했다.

신진건축사 부문 대상에는 ‘종암 스퀘어’(송상헌·박정환,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가 선정됐고, 건축문화진흥 부문 수상자에는 영화부문 정다운·김종신 감독, 서적부문 박철수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방송부문 EBS 건축탐구 집의 추덕담 CP가 각각 수상했다. 올해의 건축문화인에는 (주)명신의 이태규 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은 10월 26일 오후 1시 30분부터 노들섬 다목적홀 숲에서 진행된다. 본지는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부문, 신진건축사 부문 수상작과 심사평을 게재한다. 

 

팬데믹 시대와 건축

2020년부터 시작된 팬데믹의 충격은 서서히 완화되어 어느덧 새로운 일상의 풍경들이 생겨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인식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예측 속에만 존재했던 미래가 소모적인 논쟁 없이 슬그머니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3년여의 팬데믹이 건축에 미친 영향이 나름 긍정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제일 먼저 발코니의 유용성에 대해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내가 머무르는 공간을 쾌적하고 취향에 맞게 꾸미려는 욕구가 커져 건축유관산업 전반의 호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동네 소비가 활성화되고 커뮤니티가 활발해졌으며 집 근처에 쉽게 걸어갈 수 있는 공원의 소중함도 깨닫게 됐다.

이는 소위 전용면적이라고 부르는 기능실들로 꽉꽉 채워진 건물이 아닌 신선한 공기를 접할 수 있는 외부공간과 적정 밀도의 쾌적한 공용공간이 있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는 인식도 생겼다. 또한 지자체들은 앞다퉈 오래된 공원을 리모델링하고 공원 안에 쉼터를 만들며, 고가 밑이나 자투리 공간에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들을 만들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시장·구청장이 못하던 걸 바이러스가 해냈다고 하는 말이 아주 헛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올해도 예년과 다르지 않게 경쟁이 치열했다. 준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사회공공, 민간, 주택, 신진 4개 부문에 330개의 작품이 접수되어 1차 서류심사를 통해 26개작이 추려지고, 3일간의 현장심사와 토론을 통해 최종 대상과 최우수상이 결정됐다. 건축이란 3차원적 대상이어서 밖에서 보는 모습뿐 아니라 공간 안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것이기에 사진으로 볼 때와 실제로 가서 볼 때 판단의 차이가 큰 법이다. 이런 특성상 제출된 작품들을 모두 현장심사해야 마땅하나 현실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니 심사위원들의 안목과 판단을 믿고 사진과 도면, 텍스트를 바탕으로 1차 심사를 진행했다. 여러 토론과 투표를 거쳐 부문별 수상 후보작들을 가려내고 거기서 다시 치열한 논의를 통해 현장심사 대상작을 가렸다. 심사과정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주된 선정 기준을 정리하자면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와 건축적 완성도 두 가지다.

올해 수상작들의 특징은 지역, 규모, 용도 면에서의 다양성과 공공건축의 약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처음엔 인지하지 못했는데 심사를 다니며 흥미롭게 생각된 점은 우물정(井)자를 확장 또는 변형시킨 평면이 많았다는 점이다. 서두에 밝힌 바와 같이 건물 내부에 신선한 외기를 공급하고 사용성을 확장할 수 있는 외부공간을 적극적으로 결합시키려는 시도라고 여겨진다.

짧은 시간 안에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건축물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의 건축에 대한 인식의 깊이와 건축적 완성도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민간부문에서는 의뢰인과 건축사가 함께 뜻을 세우고 오랜 시간 섬세한 궁리를 쌓아 완성한 결과물들을 보며 ‘그래, 건축은 원래 이렇게 짓는 것이지’하는 생각이 들게 한 작업이 많았다. 민간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과물의 품질 확보가 어려운 사회공공부문에서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배출된 것은 그간 다방면에서 노력한 많은 분들의 수고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현장에 나와 건축사보다 더 열성적으로 공간적 개념과 이의 구현을 위한 과정에서의 노력을 설명하는 발주처 실무자들의 모습은 좋은 발주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또한 그간 주된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학교건축이 최근 다양한 유형으로 제시되고 있는 점은 미래세대를 위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다만 사회공공부문의 몇 작품이 현장심사에서 시공품질이 떨어지는 이유로 수상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현재 공공발주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부분이다. 주택부문에서는 마을 스케일과 도시적 스케일의 조화로운 균형을 보여주는 대규모 주택단지부터 단지형 연립주택, 밀도 높은 단독주택작업 등 우리 주거문화의 다양성을 잘 보여주었다.

신진건축사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는데, 진지함을 견지하면서도 적당히 힘을 뺀 세련됨과 실험성을 균형 있게 구사하는 작업을 보며 우리 건축의 미래가 무척 밝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수도권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자원과 여건이 좋지 못한 지역에서 고군분투해온 건축사들의 역량이 이제 무르익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뿌듯한 시간이기도 했다.

요즘 방송에서 건축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가 인기다. 세상 무엇보다 집구경이 즐거운 건 비단 건축사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가 보다. 태풍사이를 누비며 제법 좋은 날씨에 심사를 다녔다. 먼 거리를 마다않고 달려와 진심을 다해 설명해 주신 건축사, 시공자분들과 기꺼이 문을 열어 내밀한 공간까지 방문을 허락해 준 건축주분들에게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지금 세계는 전염병과 전쟁, 인플레, 자국우선주의, 그리고 무엇보다 기후위기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건축은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점점 자본에 종속되어가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이 와중에 건축이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는 말과 같이 건축(환경)은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여 의식을 변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변화의 시대를 맞아 전 시대의 거품들을 걷어내고 품위 있고 윤리적인 건축을 만드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가 도전해야 할 일이다.

심사위원장 김정임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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