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건축물에 저작권자인 ‘설계 건축사’가 누군지 알 수 없어

설계과정 대중에 설명하고 궁금한 점 대답할 기회도 있었으면

건축물의 저작자 ‘건축사’가 갖는 지식재산권

①공표권(저작물을 공중에 공개할 것인지 결정할 권리)

②성명표시권(저작물에 이름을 표기할 권리)

③동일성유지권(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

영화 개봉 후 감독과 배우가 함께 모여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이른바 영화 코멘터리 영상이 유행이다. 감독은 장면마다 그 장면을 배치한 이유를 설명하고 배우들은 촬영 당시 느낌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마치 건축사가 준공 후 건축물 공간활용과 배치에 대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과 같다.

이 영상을 통해 영화 제작진은 대중에 한 발짝 더 접근할 수 있으며, 대중은 평소 영화에 가진 의문을 풀 수 있다. 대중은 이밖에도 TV나 라디오 등 미디어의 각종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영화의 구성 의도나 숨겨진 복선 등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건축물은 이야기가 다르다. 건축물이 미디어에 보도되더라도, 영화의 감독에 해당하는 건축사 이름조차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 준공을 알리는 보도자료에도 발주한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시공사는 알 수 있지만, 정작 저작권자로서 설계자인 건축사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건축물 사진 설명에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건축물부터라도 미디어·언론기사에 설계자(건축사)를 명시하는 것이 자리 잡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 신진건축사는 “건축물 사진에 저작권을 표기하는 것은 이미 우리 문화에 잘 자리 잡았으나, 정작 설계자에 대한 언급은 없다. 사진촬영도 중요한 창작행위지만 건축은 수백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한 창작행위인데 새로운 건축물을 소개하는 기사에 설계를 맡은 건축사 이름을 찾을 수 없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건축에 작용되는 지식재산권적 유형은 저작권, 특허권, 디자인권 등이 있으며 ▲저작권법 ▲ 특허법 ▲디자인보호법을 적용받는다. 이들 법에서 건축설계창작물의 지식재산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살펴보면, 건축설계창작물과 직접 연관된 국내 지식재산권법 체계는 하나같이 ‘건축설계창작물을 창작한 자’를 창작자로 규정하고, 창작자에게 그 권리가 부여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건축물의 저작자인 건축사는 저작인격권(저작물에 대해 정신적·인격적 이익을 보호받을 권리)과 저작재산권을 갖는다. 저작인격권 중 대표적인 법적 권리가 ▲저작물을 공중에 공개할 것인지 결정할 권리(공표권) ▲저작물에 이름을 표기할 권리(성명표시권)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동일성유지권)이다.

저작권법 제12조(성명표시권)

①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가진다.

②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 다만,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건축물을 소개하는 기사에 넣게 되는 사진에 건축물의 지식재산권을 가진 설계자 이름을 넣어야 하며, 또한 그렇게 보도돼야 마땅하다. 이런 공감대 속에서, 장기적으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어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언론사별 보도준칙 내용을 통해서라도 관련 보도 시 설계자 이름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공건축물 관련 시상으로 지난 2007년부터 실시되어 온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모전의 경우, 작년까지 응모는 건축사와 발주기관의 공동응모 또는 설계자 추천을 통해 해야 하지만 최종 심사 후 나오는 수상자 명단 또는 보도자료 수상건물에 설계자는 쏙 빠져 있었다. 올해부터는 대상수상작에 한해 설계 건축사에게도 국토교통부장관상이 주어지긴 하지만, 우수상부터는 역시 발주자에게만 상이 주어진다.

공공건축물을 자주 설계해 온 중견건축사는 “건축의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공공건축물을 자주 설계해 오고 보람을 많이 얻었지만 준공 후 건축물에 대한 홍보에서 건축사가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공공건축물의 경우 설계 작업뿐만 아니라 관련된 여러 기관 사이에서 복잡한 조율과정을 거쳐야 하고 중간에 설계가 바뀌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요한다. 이런 문제점들이 개선돼 설계의 의미를 대중에게 설명하고 이것이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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