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누리 중앙대 교수 ‘거대 위기 시대, 대한민국 전환’ 강연

“생명, 평화, 생존, 인성 위기 넘어설 대안 함께 고민합시다”

2022 대한민국건축사대회 둘째 날인 9월 2일 ‘거대 위기의 시대, 대한민국 전환’에 대해 강연하는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
2022 대한민국건축사대회 둘째 날인 9월 2일 ‘거대 위기의 시대, 대한민국 전환’에 대해 강연하는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

2022 대한민국건축사대회 둘째 날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한라홀에서는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의 특별강연이 펼쳐졌다.

김누리 교수는 “지금 우리는 역사상 초유의 위기 앞에 서 있다”며 위기의 양상을 ▲생태적 파국 : 생명의 위기 ▲정치적 파국 : 평화의 위기 ▲사회적 파국 : 생존의 위기 ▲교육적 파국 : 인성의 위기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김 교수는 “동서고금 어느 장소 어느 시대를 돌아보더라도 오늘날처럼 인류 전체가 생사 벼랑에 내몰린 적은 없었다”며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가 인간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작년 10월 독일 총선거 결과를 소개했다. 지난 독일 선거에서는 생태계 파괴·기후위기에 대한 우려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환경 보호를 기치로 내건 녹색당이 직전 선거 67석에서 51석이나 많은 118석을 확보했다.

김 교수는 또 한반도에서도 평화 위기 조짐들도 쌓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오늘날 러·우 전쟁은 내일의 한반도 전쟁을 경고한다. 러·우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 갈등의 대리전이듯, 미국과 중국 사이에 고조되는 긴장은 ‘한반도 전쟁’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적잖다”고 했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

김 교수는 “지정학적으로 보면 한반도는 언제나 미국·일본 등 해양세력(sea power)과 중국·러시아 등 대륙세력(land power)이 충돌하는 전쟁터였다”며 지난 2017년 북미 긴장 고조 시 우리 국민의 반응을 예로 들며 전쟁불감증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 1950년 한국전쟁이 모두 한반도에서 터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무대로 충돌한 제1차 미중전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며 “지금 우리는 ‘제2차 미중전쟁’의 위협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대를 살고 있으며,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위험한 지역이라는 것을 언제나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사회 내부도 극심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작년 말 발표된 ‘세계불평등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불평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갈등 수준은 무려 7개 분야(빈부, 이념, 정당, 종교, 성별, 세대, 학력)에서 조사 대상 28개국 중 1위에 올랐다. 특히 빈부갈등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적 불평등이 낳은 결과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의 의식도 심히 병들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100여 개국 사회과학자들이 모여 6년(혹은 4년)마다 조사 발표하는 ‘세계 가치관 조사’ 2014년 결과에서 ‘소득이 더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더 차이가 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하는 물음에 한국인은 24%가 ‘평등’을 선호한다고 답했지만, ‘불평등’을 선호한다고 답한 이는 무려 59%였다. 한국은 불평등 선호도 세계 최고이자, 불평등 선호가 절반을 넘은 유일한 나라다.

김 교수는 “이런 승자독식 문화는 무엇보다도 극단적인 경쟁교육과 왜곡된 능력주의에 근본 원인이 있다. 이는 교육의 위기를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우리는 민주화가 되지 않아서, 절차적 민주화가 완성된 이후에는 정권교체가 되지 않아서 우리 삶이 위기라고 생각했다”며 “1987년 직선제 개헌, 1998년 50년만의 정권교체 이후에도 우리 삶은 여전히 힘들다. 위기는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생태의 문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며 교육의 위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느끼기 시작했다. 앞으로 위기의 깊이를 직시하고 새로운 대안을 함께 고민해 나갔으면 좋겠다”며 강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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