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교수
이동흡 교수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 OECD보건통계’에 의하면 2020년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년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 장수(長壽) 국가다. 고도로 효율화된 의료 시스템과 공공보건 기반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기대수명만큼 건강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어서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고 생각하는 노인이 많다고 한다. 한편 통계청에서는 2020년도 기준 질병·부상으로 고통 받은 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은 66.3년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17.2년간의 차이다. 무려 인생의 5분의 1을 병치레로 살아가고 있다. 고령자가 누워 지내면 의료비, 간병비 등으로 한 달 평균 5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정부 차원의 고령자 시설의 대응이 절실하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목조 노인시설은 노인, 노인을 찾는 가족, 심지어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목조를 의료시설의 일부로 생각하고 여기에 필요한 성능을 갖추어서 매력적인 요양 공간을 꾸미고 있다. 여기에 목재이용 촉진 대상에 고령자 시설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 째, 노인 인구는 어느 시기까지는 증가하지만 그 이후에는 감소한다. 유동적인 노인 인구에 대비하여 고정시설보다 가변성이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목조시설은 상대적으로 다른 시설보다 공간의 가변성이 높다. 내부구조나 내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쾌적한 공간의 배치에 유리하다. 
 

일본 히로시마현 쇼바라시의 미니멀리즘 노인 요양 시설의 외관. (사진=Hiroshi Ueda)
일본 히로시마현 쇼바라시의 미니멀리즘 노인 요양 시설의 외관. (사진=Hiroshi Ueda)

두 번째로 목조는 RC조나 철골조보다 건설비용이 저렴하다. 목재, 건축자재는 단독주택시장에서 대량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시세의 변동이 적고 가격이 안정되어 있다. 특히 알루미늄 새시 등 대부분의 창호가 아파트용보다 훨씬 저렴하다. 또 건물 중량이 가볍기 때문에 기초공사의 재료비, 시공비, 잔토 처분비 등도 대폭 줄일 수 있고, 지반 개량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설계는 목조 모듈을 적용하면 재료의 수율이 좋아지고 시공도 간단하다.

세 번째는 보조금 사업에 대응하기 쉽다. 사회복지법인인 고령자 시설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교부되는 보조금으로 건설 사업비를 염출하는 경우가 많다. 보조금 사업은 공기(工期)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목조는 철근 RC조나 철골조와 비교하여 공사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RC조는 시멘트 양생에 계절적인 제한이 따르고 양생기간도 필요하다. 목조는 양생이 필요 없어 공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네 번째는 발주자에게 유리하다. 목조는 감가상각 기간이 철골조보다 짧게 책정되어 자금의 회전이 빠르고 세금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최근 기업 경영의 트렌드로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대응, 환경 사회, 기업 통치의 요소를 고려한 ESG 투자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목조는 지구온난화 방지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뒷받침한다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SDGs나 ESG 투자의 경영면에서도 목재 이용은 크게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의 건강이나 정신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직·간접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목구조로도 큰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고령자 시설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거실로 이용되는 개인실 구역과 LDK와 욕실 등의 공용 구역으로 구성된다. 개인실 구역은 경간거리가 짧고 공용지역은 비교적 경간거리가 길어진다. 경간거리가 길어지는 부분은 트러스, 집성재와 같은 공학목재로 대응하면 가성비가 높게 큰 공간을 실현할 수 있다. 장수가 진정으로 축복받는 나라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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