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선 건축사
배미선 건축사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이하 도시재생)이란, 노후한 주택과 주거 인프라가 형성된 지역에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도시의 활력 회복을 위한 개선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에도 공동체 재생을 위한 주민 간 상생 협력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진행되는 사업들로서 노후한 지역을 개선해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국가주도 사업이다. 매년 전국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선정하고, 막대한 금액이 투입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 공공건축가로서, 또 설계자로서 사업에 직접 참여하며 접하다보니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도시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도 주민들의 노령화 비율이 높고, 젊은이들은 도시로 빠져 나가고 있다. 더구나 지역 곳곳에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은 개인 소유로 사용되다보니 많이 훼손되고 변형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행히 도시재생으로 근대건축물(오래된 건축물)을 지자체에서 매입해 리모델링 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해 나가도록 추진하고 있다. 일제시대의 잔재라 하여 근대건축물이 홀대 당하고 철거까지 한 과거를 생각해 보면 역사의 한 부분을 어떤 형태로든 보존하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주민 주도사업으로 진행되다보니 힘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간담회를 통한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대표적인 부분이다. 관과 주민들과의 생각차이, 위원회에서 위원들과 주민들과의 의견차이가 예상보다 팽팽했고,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했다. 이 시설이 생기면 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내게도 고민의 시간들이었다. 주민들에게는 시설의 필요성보다 시공부터 완공 후 사용하게 됐을 경우 발생 할 삶의 불편함도 보였을 것이다. 

때문에 여태껏 특정인을 위한 건물만 생각하고 접근했었던 나를 반성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건축주가 불특정 다수가 되다보니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내용도 다양했고, 한정된 예산, 더 이상 중지 시킬 수 없는 과업기간 때문에 어느 선에서 결정하고 마무리 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 되었다. 

100년이 다 되어 가는 일제시대 건축물을 현행 법 기준에 맞추어 용도변경 하는 것도, 보수공사를 통해 원형을 보존시키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고 힘든 작업시간 이었다. 각종 보고서와 논문을 읽어가며 그려가는 도면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고, 업체견적도 몇 번을 바꾸어 받아 진행시켰다. 확신이 생기지 않는 고민의 연속...

며칠 전 착공하겠다고 연락을 받았다. 다시 나의 걱정은 시작 된다. 

국토교토부에 계획서를 올리기 전 충분히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 되었더라면, 예산이 좀 더 있었더라면, 과업연장을 한 번 더 했더라면 지금과 좀 다른 도면이 나왔을까? 내진구조를 위해 H형강으로 기둥과 보를 보강했는데, 이로 인해 부서져 내릴 것 같은 나무와 흙으로 된 구조물이 더 손상되진 않을까? 에너지절약계획 때문에 단창이었던 목재오르내리창을 교체해서 원 느낌이 살아있지 않으면 어떡하나? 문화재 전문업체가 아닌 일반건설사에서 벽체와 구조체를 다시 복원할 수는 있을까? 온갖 생각이 머리를 휘젓는다.

아니, 가장 큰 걱정은 주민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었을까? 다시 100년 뒤에도 역사를 가지고 이야기 되는 건축물로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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