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국보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장

설계 등 목조건축 인력양성 위한 업계 관심·노력 필요한 때
국산목재 활용 위한 기술적 한계 없어
수요부족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가 관건

올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21층(높이 73미터) 고층 목조아파트가 완공됐다. 또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시에는 25층(높이 85.2미터), 259세대의 ASCENT Tower가 완공돼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목조건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유라면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가 크고,  목재 가공, 건축자재 기술 발전으로 고층 구조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심국보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장은 국내에서는 목조건축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제도 개선과 공공목조건축의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설계 등 인력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국보 과장을 통해 국내 목조건축의 현황과 비전을 살펴봤다.

심국보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장
심국보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장

Q. 전 세계적으로 목조건축 보급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목조건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국내 대표적인 목조건축 사례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축은 2018년 완공한 한그린목조관(영주소재)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목조건축 내화성능과 고층 목조건축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실연한 건축물입니다. 연면적 1,233제곱미터 지하1층, 지상 5층 규모이며 구조용집성재(GLT, Glued Laminated Timber)와 구조용 직교 집성판(CLT, Cross Laminated Timber)을 주요 구조재료로 사용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주요 구조부(기둥, 보, 벽체, 바닥체) 2시간 내화성능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규모가 가장 큰 공공목조건축으로는 2016년 완공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종합연구동(수원 소재)입니다. 연면적 4,552 제곱미터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이며, 구조용 집성재를 주요 구조재로 사용했습니다.

경북 영주 한그린목조관 목구조 모습
경북 영주 한그린목조관 목구조 모습

Q. 건축법상 18미터로 제한돼 있던 목조건축물의 높이 규정이 2020년에 폐지되면서 이제는 5층 이상의 목조건축물 조성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현재도 목조건축 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가 있는지 궁금하고, 반대로 보급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 사항이 있는지요.

목조건축을 ‘주요 구조부가 목재’인 건축물로 정의할 때, 목조건축 높이나 규모를 제한하는 규제는 없습니다. 다만, 주택법을 따라야 하는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경량충격음 58db, 중량충격음 50db의 성능기준과 함께 바닥구조에 콘크리트 210밀리미터(라멘구조의 경우 150밀리미터)를 적용하는 사양기준도 함께 충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공동주택의 바닥구조는 사실상 콘크리트만으로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목조 공동주택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바닥충격음 사후 성능확인제도 시행 목적에 맞게 콘크리트 두께를 정한 사양기준은 폐지가 필요합니다. 목조 공동주택에 제한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구조재료나 공법 개발·적용을 위해서라도 사양기준의 존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목조건축에 대한 수요를 정확히 알 수 없고, 공공건축 물량이 적다보니 시장진입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입니다. 또 한옥 설계처럼 정부기관이 중심이 된 인력양성 프로그램 추진에도 소극적이라고 느껴집니다.

 탄소중립 2050 달성을 위해 건축분야에서는 에너지소비 절감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패시브하우스나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위한 단열·기밀성능 개선이 주된 방향입니다. 또한 주요 건축재료(시멘트나 철 등)의 생산·가공·운반·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탄소저장고이며 가공과 시공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목재 역할이 중요하게 인식됩니다. 때문에 산림청을 비롯한 정부기관에서도 공공건축 중 일정한 물량을 목조건축으로 짓도록 하는 제도도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착공한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지하1층, 지상 7층)를 목구조로 설계한 것이 그 예라 할 것입니다. 정부주도의 공공건축에 대한 공급·수요가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목조건축 확대를 위해 인력양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관련 교육과정에서 ‘구조재료로서 목재의 특성’과 같은 강의 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민간 목조건축에 대한 건축업계의 관심증가는 건설기술인 교육과정에서 목구조 관련 프로그램 신설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목조건축 분야 인력양성을 위한 건축업계의 논의가 시작된다면 적극 참여할 생각입니다.

국내 공공목조건축물 중 규모가 가장 큰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종합연구동 전경
국내 공공목조건축물 중 규모가 가장 큰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종합연구동 전경

Q. 목조건축분야 수입자재 의존율이 높고, 이마저도 법규가 정한 기준(방염, 내화, 불연 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산자재 활용과 건축사의 자재선택권 강화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목조건축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입목재는 규격구조재(두께 38밀리미터 제재)인데, 수입 목재가 품질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가격 등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목조건축에 사용하는 구조용 재료는 다른 구조용 재료와 마찬가지로 성능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재료를 공학목재(engineered wood)라고 합니다. 고층 또는 대형 목조건축에 사용하는 자재 중 구조용집성재(GLT)와 구조용 직교 집성판(CLT)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기준에서 요구하는 성능도 충족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실연사업은 주요 구조재료를 국산목재로 제작하여 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볼 때 국산목재 활용을 위한 기술적인 한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기치 못한 설계변경이나 변화하는 현장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 국산 공학목재 사용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목조건축의 수요가 많지 않은 현 상황에서 국산 공학목재도 수입 제품보다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목조건축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산 공학목재가 가격경쟁력을 갖추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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